[메이커 인터뷰] 자연스럽게 온 가족이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우주 – 신이나네 메이킹 멀티버스 신택수, 이정훈, 신예원, 신예린 메이커

재미난 물건, 재미난 일, 재미난 일상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메이커 페어 서울은 매년 만드는 사람들이 모이는 축제입니다. 메이크 코리아가 만난 축제의 주인공과 작품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가슴 깊은 곳에 무엇인가를 만들고픈 열망을 간직한 어른이, 꿈 많은 청소년과 어린 친구들을 모두 환영합니다.

 

“자연스럽게 온 가족이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우주”

신이나네 메이킹 멀티버스 신택수, 이정훈, 신예원, 신예린 메이커

 

신이나네 메이킹 멀티버스는 아빠 신택수, 엄마 이정훈, 큰딸 신예원, 작은딸 신예린으로 구성돼 만들기를 온 가족의 공통 취미로써 즐기고 있다. 부모의 욕심으로 자녀를 끌고 가는 조기교육의 방식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두 딸이 무심코 아이디어를 던져주고 부모가 이를 실제로 구현할 답을 찾으려 골몰하는 형태다. 이들에게 만들기는 가르치고 배우는 개념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가지고 노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만들고 또 만든 결과 1유니버스에서 4유니버스까지 무려 멀티버스를 구축했을 정도가 됐다. 신이나네 가족이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만드느라 그랬는지 아빠와 큰딸을 만나 독특한 가정사를 들었다.

아빠 신택수 그리고 큰딸 신예원 메이커가 멀티버스의 히어로를 들고 웃음 짓고 있다. (사진=장지원)

 

멀티버스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가 먼저 궁금해요.

이렇게나 여러 가지를 처음부터 의도하고 만들지는 않았어요. 각 관심사가 자연스럽게 우연이든 필연이든 겹쳐 하나씩 더 만들면서 경험하다 보니까 이 연결고리를 표현할 낱말을 택해야겠더라고요. 마침 최근에 워낙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인기고 거기에 나오는 평행우주 혹은 멀티버스라는 이름이 익숙해졌잖아요. 우리가 하는 만들기에도 절묘하게 우주마다 고도화할 거리가 보여서 멀티버스라 칭했어요.

 

어떻게 온 가족이 만들 생각을 했는지도 듣고 싶어요.

저도 아내도 부모로서 항상 고민한 부분이 있었어요. 웬만하면 취미가 온 가족과 연계되는 활동이면 좋겠다는 말이었거든요. 음악이든 운동이든 제가 그걸 하면 아이들과도 같이 하고 싶었는데 연결고리를 만들기가 기대보다는 쉽지 않더라고요. 다행히 접점을 찾아가다 보니 메이커의 방향으로 모여서 멀티버스까지 만든 거고요. 그 출발점은 큰딸이 물고기를 대뜸 가져와 키워달라 해서 시작한 1유니버스 스마트어항이었어요.

왼쪽에서 오른쪽 순으로 스마트어항의 먹이통은 발전을 거듭했다. (사진=장지원)

 

1유니버스 스마트어항은 어떻게 문을 열었나요?

예전에는 어항에도 물고기 키우기에도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큰딸이 2016년 겨울엔가 방과후수업이 끝나고 딱 가져와서는 키워달라는 거예요. 이를 계기로 시작하면서 일종의 실험들을 막 해봤죠. 먹이 주기 관리와 조명 관리에다 수질 측정 등등이요.

먹이통은 서보모터를 이용해 어떻게 주기적으로 조금씩 사료를 떨어뜨려서 밥을 주면 좋을지 생각하며 계속 바꿔 나갔어요. 최근 먹이통도 안정되게 쓰고는 있었는데 중력을 이용해서만 떨어뜨리니 한계가 있더라고요. 주변 습도가 높으니 알갱이끼리 들러붙는 바람에 가운데 부분만 안 뭉쳐지고서 찔끔 떨어질 뿐이었어요. 고민하던 중 TV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에서 본 맷돌에 착안해서 뭉쳐지고 굳어지는 일이 없게끔 틈틈이 돌려서 흔들어두면 좋겠다 해서 만든 게 지금 오른쪽 끝 작품이고요.

조명은 어항 속 수초가 잘 자라려면 그에 알맞게 필요한 빛의 파장이 있다는 점을 배워서 적용했어요. 적색, 청색, 흰색 LED를 조화롭게 쬐어 마치 자연 태양광처럼 빛을 줘야만 수초가 자라고 광합성도 유도할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만들었고요. 수질을 점검하고자 산성과 알칼리성을 비롯해 온도 및 점도 역시 측정하는 센서를 이용해서 종합적으로 물 상태를 살펴봐요.

어항방송은 월~금 낮 12시~4시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만날 수 있다.

 

실시간 스마트어항 방송도 있다고 들었어요.

이걸 만들어놓으면서 아이들은 학교에 다녀와 집에서 쭉 어항을 보는데 저로서는 거의 회사에만 있으니까 왠지 갈증이 생겼어요. 어항 관련 취미 중 하나가 어항만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는 게 있거든요. ‘물멍’이라고 해서 일종의 힐링 개념으로 좋아하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하고 싶어도 물리적인 시간상 어려우니까요.

거기에 동기부여가 돼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어항방송을 시작했어요. 수초를 관리하고자 조명을 네 시간 전후로 쬐는데 그 시간 동안 어항방송도 같이 켜는 거죠. 그래서 점심 무렵인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방송하면 저는 회사 모니터에 모니터 어항처럼 띄워놓고 보면서 일해요.

여기에 우리 가족의 또 다른 취미로 각자 배운 악기를 합주하는 시간이 있는데요. 이를 녹음해놔도 접목할 분야가 어디 있을까 고민했는데 어항방송에 배경음악으로 깔아주니까 나쁘지 않더라고요. (웃음) 이제는 우리 새로운 노래를 연습해서 바꿔볼까 하면서 함께 연주하는 취미를 더 즐기고 있어요.

2유니버스의 대표작 ㅋㅋ루돌프 그리고 다람쥐 온·습도계 (사진=장지원)

 

2유니버스 LED아트도 설명을 부탁드려요.

우리는 아이들의 관심사,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디자인해요. LED아트도 그냥 다 같이 놀고 있다가 서로 문득 떠올라서 나왔거든요. 벽에 걸 장식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는데 큰딸이 종이에 초안을 그려서 던져준 거예요. 그게 바로 뿔 모양이 ㅋ인 ㅋㅋ루돌프였고요. 이렇게 한글 초성을 활용한 작품이 나오니 재미있어서 그대로 LED스트립을 붙여서 만들었죠.

다람쥐는 작은딸이 그려줬어요. 둘이서 자유롭게 기린도 그리고 여러 가지를 더 색칠했다가 그중 괜찮은 녀석이 다람쥐 같아서 가져다 썼죠. 왜냐면 제가 이전에 온·습도계를 LED로 응용해 표현하고 싶다며 생각하는 중이었는데 이를 다람쥐 그림에 적용하면 참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각 센서로 정보를 확인하면 습도는 꼬리 쪽 색깔로, 온도는 몸통 쪽 색깔로 표현되는 식으로 덧붙였어요.

1~4유니버스를 잇는 연결고리는 이토록 복잡하고도 오묘하다. (이미지=신이나네)

 

3유니버스는 아두이노 응용/호환, 4유니버스는 새로운 신이나네 콜라보라 이름 붙였어요.

아두이노 응용/호환은 아직 아이들에게 깊이 있게 알려주지는 못했어요. 제 입장으로 아두이노를 계속 쓰고 배우다 보니까 당연히 이를 더 응용하며 서로 호환되게 만들어보고자 하는 욕구가 있어 3유니버스라 설정한 거거든요.

요새는 아이들도 학교에서 체험 형태로 드론도 날리고 3D프린터도 사용해보고 있어요. 그래서 언젠가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접한 경험에다 관심이 더 커지면 아두이노 쪽도 설명해주고 싶거든요. 이런 차원에서 아두이노를 이용해 드론을 만드는 과정 등을 정리해둔 거예요.

이어지는 4유니버스는 사실 우리도 정확히 예측할 수가 없어요. 우리는 뚜렷한 목표나 계획을 세워서 이걸 만들 거야 하는 대신에 이것저것을 그냥 엮다가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실제 실험으로 구현해보는 스타일이라서요. 모양이 나오면 보여드릴 수 있을 듯하니 이처럼 미지의 4유니버스로 남겼어요.

 

4유니버스 이후의 흐름은 어떻게 될까 궁금해요.

이와 관련해 작년에도 했지만 올해도 세미나 발표는 한 번 할 거예요. 제목은 ‘흐름과 축적’이라 달아서요. 문화적 차이를 설명할 때에도 나오는 개념이지만 제게는 메이커 문화나 운동에 두 가지 특성이 다 있어 보이거든요. 어떤 다른 만들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지는 흐름의 방면에서, 어떤 기술과 작품이 점차 쌓였는지는 축적의 측면에서요.

우리는 뭔가 하나를 만들었다고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더 좋은 아이디어가 들어가면 좋겠고 그래서 더 나아지면 좋겠다고 하면서 흐름과 축적의 맥락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그 부분을 앞으로 말씀도 드리고서 더 실천하면서 멀티버스를 확장해 나아갈 거예요. 정확히 무슨 형태로 나올지는 우리로서도 가봐야 알겠지만요. (웃음)

아빠와 큰딸이 동등한 입장에서 작품의 발전 방향을 토론하고 있다. (사진=장지원)

 

가족이 함께 만들 때 도구나 장비는 어떻게 이용하고 있나요?

요새는 3D프린터의 가격 자체가 워낙 내려갔잖아요. 작년까지는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어도 제가 회사에 다시 가서 당시 창의랩에 있던 공용 3D프린터로 출력해 쓰느라 물리적으로 조금 제약이 있었거든요. 그 이후 저렴하게나마 집에 한 대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조립식으로 구매하고 여러 펌웨어를 업그레이드해서 쓰는 중이에요. 이처럼 여건을 만들어놓으니까 집에서 그때그때 하나하나 뽑으며 해볼 수 있게 됐죠.

 

가족 메이커로서 만들기를 대하는 생각이 남다를 듯도 해요. 어떤가요?

아직 정답은 모르지만 무엇보다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큰딸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초등학교 4학년생부터 IT 관련 교육을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너무 선행학습 같아서 그렇게까지 제가 일부러 시키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너무 학문적으로만 파고들면 안 그래도 교과과정에서 하는 게 많은데 이것까지 하자니 거부감이 들 수 있으니까요.

저는 그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익히고 스스로 한 걸음 더 나아가 응용하고 싶을 때 제가 그에 맞춰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려 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저 같은 엔지니어뿐 아니라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메이커 운동은 관심사에 따르는 취미로써 그리고 자연스럽게 손에 쥔 도구로써 소양을 키워주는 활동이라고 봐서요.

만들기는 저로서도 재교육을 받을 기회예요. 기존의 엔지니어 업무만 해서는 보지 못하는 그림을 우리 가족이 함께 만들면서는 눈을 뜨곤 하거든요. 아이들에게는 더 재미있게 가볍게 터치하면서 색다른 길을 열어주고요. 공학을 전공하지 않고 문과나 예체능을 가더라도 해당 분야에서 만일 필요하면 가져다 쓸 수 있잖아요. 이런 식으로 메이커 활동이 아이디어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촉매가 되리라고 봐요. 저는 옆에서 경험을 도우며 연결고리를 이어주고 싶고요.

신이나네 가족에게 만들기는 가족이 함께하기에 더 재미있고 행복하다. (사진=장지원)

 

메이커 페어 서울 2019에서 부스는 어떻게 꾸며 운영하고 싶은가요?

작년에 참가했을 당시에는 스스로 체계적이지 못해서 아쉬움이 컸어요. 찾아오는 분들에게 이 많은 내용을 일일이 말로 설명하려다 보니까 온전히 전달하기가 쉽지 않았죠. 제가 부스를 지키며 알려드리기에 바쁘다 보니 다른 분의 작품을 구경할 시간도 못 냈고요. 이번에는 영상이나 사진 등 자료화면을 보여주면서 더 간결하게 전달하는 형태로 개선하고자 작업 중이에요. 그렇게 시간을 조금이라도 확보해서 저도 여러 부스를 둘러보며 영감을 받으려고요.

지난해에는 재미있던 사례도 하나 있었어요. 아버님 한 분이 오더니 좋은 생각이 있다며 “결혼기념일 서프라이즈 용도로 케이크 가운데 아래에 리프트 장치를 두고 버튼을 누르면 반지가 올라오는 기기”를 얘기하더라고요. 그 말에 서보모터 말고 이런 기구는 어떨까 하며 기술적인 관점으로 그 자리에서 대화를 더 나눴거든요. 그것도 매우 좋았어요. 이같이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할 기회도 많이 얻기를 바라요. 학부모님들과도 여러 얘기를 나누면 좋겠어요.

 

끝으로 신이나네 메이킹 멀티버스를 홍보하는 한마디는 예원 양이 해주겠어요?

아빠가 엄청 열심히 연구해서 만든 거니까 많이 와주세요. (웃음)

 

글·사진 | 장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