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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메이커 페어 서울 2018, 성황리 종료

메이커 페어 서울 2018 전시자 단체 사진

메이커 페어 서울 2018 전시자 단체 사진

블로터앤미디어가 지난 9월 29·30일 이틀간 문화비축기지(마포구 성산동)에서 ‘메이커 페어 서울 2018’을 개최했다. 블로터앤미디어가 단독으로 주최한 이번 행사는 일곱번째 메이커 페어 서울로 역대 가장 큰 규모로 치러졌다.

메이커 페어 서울 2018의 관람객 수는 3천 명이 넘는 사전예약자를 포함하여 1만 5천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행사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동반한 가족 단위 관람객뿐만 아니라 가을 나들이 인구가 많아 국내에서도 메이커 운동이 활성화되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전시자로 참가한 최재필 메이커가 관람객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전시자로 참가한 최재필 메이커가 관람객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행사 1일 차에 진행된 세미나의 버로컬코리아 세션

행사 1일 차에 진행된 세미나의 버로컬코리아 세션

메이커 페어 서울은 지난 7년간 국내 메이커들과 만들기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받아왔다. 올해 행사에는 총 108팀, 400여 명의 메이커가 전시자로 참가했으며, 기업 참가자로는 여우야(버로컬코리아), 디바이스마트, KT, N15, 펜톡, 마르시스, 온페이스, 베큐폼, 맥스트레이딩 등이 함께 참여하여 전시장을 다채롭게 채웠다.

기업 전시로 함께한 KT의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관람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

기업 전시로 함께한 KT의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관람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

특별전으로는 ‘제2회 카트 어드벤처’와 ‘메이키 로봇 전시’가 진행되었다. 카트 어드벤처는 지난해보다 훨씬 확장된 규모로, 공개 모집한 총 12개의 팀이 스피드 및 장애물 경주에 출전했다. 올해로 3년째 메이커 페어 서울 행사장에 등장한 거대 메이키 로봇은 특별히 한쪽 팔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전시되어 묘미를 더했다.

카트 어드벤처의 카 퍼레이드 모습(특별전 기획 및 운영: 팹브로스)

카트 어드벤처의 카 퍼레이드 모습(특별전 기획 및 운영: 팹브로스)

행사장 중앙에 전시된 메이키 로봇(제작 및 전시 : 메이커앤메이커스)

행사장 중앙에 전시된 메이키 로봇(제작 및 전시 : 메이커앤메이커스)

메이커 페어 서울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만들기 축제로,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행사다. 행사는 매년 1회 개최되며, 국내에서 진행되는 메이커 페어는 메이커 미디어와 독점 라이선스 협약을 맺은 블로터앤미디어가 개최한다. 올해의 행사 사진은 아래 공개된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2회 카트 어드벤처 참가자 로드리고 디아즈가 결승선을 바라보며 기뻐하고 있다.

제2회 카트 어드벤처 참가자 로드리고 디아즈가 결승선을 바라보며 기뻐하고 있다.

  • 메이커 페어 서울 2018 사진 보기
    https://www.flickr.com/photos/153380342@N07/albums/72157671987171817

[2018메이커] 직접 만든 자동차 타고 천안에서 서울까지

강석봉 메이커는 폐자전거로 올드클래식카를 만들고 있다. 18-19세기 무렵 세계 최초로 도로를 달렸던 스타일의 자동차 말이다. 폐자전거에서 재탄생할 자동차는 이름하여 ‘업사이클래식카(Upcycle+Classic+Car)’. 강석봉 메이커는 해외여행 중 우연히 초창기 자동차를 발견하고 본 김에 직접 만들어 메이커 페어 서울 2018에 참가하기로 다짐했다.

강석봉 메이커는 4년 전 서울에서 처음 메이커 문화를 접한 이래로 불모지인 천안에서 이 문화를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가 기획한 업사이클래식카도 충남콘텐츠코리아랩의 메이커들과 같이 만들어 직접 운전까지 해서 올 거라고. 충남콘텐츠코리아랩을 찾아 강석봉 메이커 그리고 그의 동료 양규모 메이커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강석봉 메이커가 기자의 질문을 주의 깊게 듣고 있다.

강석봉 메이커

올드클래식카를 만들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올해 1월에 뉴질랜드에 여행을 다녀왔어요. 도로를 달리는데 70-80대 노부부가 옛날 차를 타고 지나가더라고요. 정말이지 오래된 클래식카였어요. 오픈카 형태에 바퀴 폭도 리어카 바퀴보다 얇았고요. 그때 보고 폐자전거를 이용해 자동차로 꾸미면 예쁘겠다 싶어서 기획했죠. 메이커 페어 서울에서 선보이면 어른들뿐만 아니라 어린이들도 재미있어 할 것 같아요.

강석봉 메이커가 업사이클래식카로 구현하려는 올드클래식카의 이미지

강석봉 메이커가 업사이클래식카로 구현하려는 올드클래식카의 이미지

완성한 업사이클래식카는 어떤 성능과 디자인을 띨까요?

자전거 구조를 보면 기어가 잘 돼 있어서 인력으로도 얼마든지 갈 수 있어요. 그런데 충전식 드릴을 고정해 이용하면 곧 전기자전거가 되거든요. 요새는 워낙 전동공구의 성능이 좋으니까요. 그래서 일반식과 전기식을 겸용하는 형태로 꾸밀 계획이에요.

디자인, 분해, 조립 등은 8월 말부터 정식으로 시작해요. 폐자전거를 부품으로 쓴다지만 아무래도 올드클래식카라면 예쁘장하고 거창한 맛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걸 위해 업사이클래식카도 나무 소재를 쓰거나 새로 도금을 해서 꾸며보려 해요. 최대한 큰돈이 안 드는 방향으로 하고 싶어도 앤틱한 느낌을 살리려면 돈은 들겠죠? (웃음)

포드가 출시한 초기 자동차(1906 Ford Model N) 모델(출처: Flickr Sicnag. CC BY). 강석봉 메이커가 만드는 업사이클래식카도 이렇게 멋진 모습이 될 수 있을까.

포드가 출시한 초기 자동차(1906 Ford Model N) 모델(출처: Flickr Sicnag. CC BY). 강석봉 메이커가 만드는 업사이클래식카도 이렇게 멋진 모습이 될 수 있을까.

자전거를 부품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단 프레임을 만들기 편할 것 같아서죠. 프레임이 갖춰졌다는 건 거의 구조적으로 다 만들어진 것과 같거든요. 그리고 리사이클, 나아가서 업사이클을 보여주고 싶어서예요. 자전거는 아직 탈 만한데도 더 성능이 좋은 게 나와서 금방 버려지는 경우가 너무 많잖아요. 그런 것들을 모아서 작품을 만들면 낭비되는 일이 줄겠죠.

외국은 자전거로 버스도 만들던걸요. 10인승으로 같이 페달을 굴려서요. 이번을 기회로 폐자전거를 이용해서 다른 탈것 그리고 놀이기구까지도 만들고 싶어요.

업사이클래식카 제작을 위해 해체한 폐자전거의 프레임 (사진제공 : 강석봉)

업사이클래식카 제작을 위해 해체한 폐자전거의 프레임 (사진제공 : 강석봉)

놀이기구도 만들 계획이라고요?

오래전부터 구상해온 계획이 있어요. 시골에 있는 집에 창고가 있는데 거기를 메이커스페이스, 더 나아가서 메이커랜드로 만들고자 해요. 폐자전거를 모아서 부품을 분리해놨다가 쓰게 하는 거죠. 가족 단위로 놀러 오면 어른은 용접하고 아이는 조립하면서 한 가족이 탈 수 있는 걸 만들게 하는 겁니다. 시골길을 직접 달려보게도 하고요.

폐자전거로 레일바이크도 깔고 회전하는 놀이기구도 설치할 거예요. 구상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합니다. 제 머릿속 생각만 실현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자기 나름대로 새로운 걸 만들어보게끔 장을 열어주고픈 생각이에요.

강석봉 메이커가업사이클래식카를 구상하며 해맑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 : 강석봉)

강석봉 메이커가업사이클래식카를 구상하며 해맑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 : 강석봉)

천안에서 이토록 열심히 메이커로 활동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원래 천안사람이에요. 서울에서 메이커 문화를 알게 됐는데 천안에서도 이걸 나누고 싶었어요. 2014년 2월 메이커톤에 처음 참가하면서 메이커 문화가 지닌 공유와 협력, 소통의 매력에 취했죠. 제조업자로서 메이커 문화가 국내에서 매우 소중한 문화가 되리라 직감했어요. 매년 6회 이상 메이커 관련 행사에 참여하면서 젊은이들과 소통하는 법도 알아갔고요. 그런데 몇 년이 지나도 지방에서는 메이커라는 개념이 자라지 않는 거예요.

천안에 내려와서 한 일은 메이커스페이스가 얼마나 있는지부터 조사하는 거였어요. 무한상상실 세 곳과 창조경제혁신센터 한 곳이 있었지만 너무나 접근성이 떨어지더라고요. 버스도 몇 번 지나지 않는 데를 어렵게 들러봤더니 사람은 거의 없고 개점휴업 상태였죠. 지금의 충남콘텐츠코리아랩이 갖춰지기까지 기존 멤버들이 참 많이 고생했어요.

강석봉 메이커가 양규모 메이커와 함께 충남콘텐츠코리아랩에 구비된 기기를 다루고 있다.

강석봉 메이커가 양규모 메이커와 함께 충남콘텐츠코리아랩에 구비된 기기를 다루고 있다.

사람들과 연합해서 페어에 참가하기로 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혼자 하려다가 여럿이 같이 만들어 참가하고픈 마음에 공론화해봤어요. 이런 프로젝트가 있는데 같이 해보면 어떠냐고 물어보고 뜻을 모은 거예요. 다행히 하겠다는 이들로 예닐곱 명을 구성해서 2인 1조로 총 3대는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성격상 제가 하자고 하면서 끌고 가기보다는 스스로 절실히 하고 싶어하는 분과 함께 하는 걸 좋아해요. 혼자라면 한계가 있지만 서로 분야가 다른 이들이 같이 모이면 내가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으니까요.

업사이클래식카를 다 만들면 서울로 직접 운전해서 올라올 생각이라면서요?

빠른 시일 안에 잘 완성하면 천안에서 문화비축기지까지 실제로 타고 갈 계획을 구상 중이에요. 서울에서만 즐기고 마는 게 아니라 1번 국도를 달리면서 만나는 분들에게 메이커 문화를 알리고 이슈화하고 싶어서요.

다 만들면 시속은 약 15-20㎞쯤은 안 나올까요? 그거면 중간에 쉬면서 가도 8시간쯤 걸릴 것 같아요. 차가 없는 새벽에 출발해서 앞뒤로 에스코트도 받고서요. 혼자보다는 여럿이 가면 단체로 가니까 그림은 훨씬 더 좋겠죠. 메이커 페어 깃발 그리고 천안 메이커 깃발을 양쪽에 딱 붙여서요. (웃음)

강석봉 메이커는 우리나라 메이커 문화에 관해 비판 섞인 견해를 밝혔다.

강석봉 메이커는 우리나라 메이커 문화에 관해 비판 섞인 견해를 밝혔다.

올해 메이커 페어 서울을 준비하며 기대하는 부분이 있는지요?

그동안은 메이커 페어 서울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어요. 규모도 해마다 커졌고 작품도 다 열심히 만들었지만, 다른 나라에서 열리는 메이커 페어에 비하면 여전히 한정적이고, 흥미로운 부분도 적더라고요. 우리나라의 메이커 문화 자체도 가르치고 따라 하는 단계에 그쳐 있고요.

좀 더 젊은 친구들이 남들이 안 해본 작품을 만든 걸 보고 싶어요. 외국 사이트를 보고 구현해 자랑하는 작품도 좋지만 많은 실패를 경험하면서 만든 자신만의 작품을 갖고 나올 때 남들에게 소개하면 훨씬 보람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고요.

끝으로 업사이클래식카 부스를 소개하는 한마디도 부탁드려요.

오셔서 재미있게 놀아야 할 텐데요. 부스에서는 만드는 과정부터 직접 타고 도착하는 과정까지를 찍은 영상을 모니터로 쭉 보여드릴 거고요. 그 외에는 우리가 만든 업사이클래식카를 마음껏 타고 한 바퀴를 돌면 될 거예요. 많이 즐겨주면 좋겠네요. 메이커 페어 서울도 날이 갈수록 번창하기를 바라요.

과연 강석봉 메이커와 친구들은 업사이클래식카를 타고 무사히 문화비축기지에 당도할 수 있을까?

과연 강석봉 메이커와 친구들은 업사이클래식카를 타고 무사히 문화비축기지에 당도할 수 있을까?

[2018메이커] 지속 가능한 만들기, 즐기면 돼!

Team VANVAN(팀 반반)은 2012년부터 메이커 페어 서울에 참가해 올해 일곱 번째로 전시자로 참가한다. 메이커 페어 서울이 진행된 햇수와 똑같다. 그러니까 개근이다. 팀원이 제각기 서울, 성남, 수원 등지로 떨어져 살고 전용 메이커 스페이스도 없다는데 어떻게 7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할 수 있었을까?

팀 반반은 매년 새로운 테마의 작품을 가져오는 팀이다. 지난해에는 장난감 기차가 트랙을 따라 빛을 밝히는 ‘樂기차-Remaster’를 출품했으며 이번에는 모자이크 핀홀 카메라를 선보인다. 핀홀카메라는 건너편 사물을 신기하게 바라볼 수 있게 꾸밀 계획이라고. 팀 반반의 박만규, 박원엽, 백승엽 메이커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팀 반반의 쓰리 톱, 왼쪽부터 백승엽, 박만규, 박원엽 메이커

팀 반반의 쓰리 톱, 왼쪽부터 백승엽, 박만규, 박원엽 메이커

올해 메이커 페어 서울에 출품할 모자이크 핀홀 카메라에 관해 설명을 부탁드려요.

박만규 사실 간단한 핀홀 카메라를 여러 대 배치한 것뿐입니다. 핀홀 카메라는 작은 구멍을 통과한 빛이 맺혀서 상하가 반전된 하나의 상을 보는 기기잖아요. 모자이크라고 하면 하나의 이미지를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바둑판을 그리듯 배치하는 거고요. 그 둘을 결합해서 여러 대의 핀홀 카메라로 모자이크처럼 보이는 상을 보도록 할 생각이에요.
관람객들에게 ‘사람이 사물을 볼 때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눈으로만 볼 때보다 이렇게 보면 더 예쁘구나.’ 정도는 느낄 수 있게 하려고요.

모자이크 핀홀 카메라의 세부적인 특징을 더 말씀해주세요.

박만규 모자이크 핀홀 카메라는 지난해에도 가지고 나온 작품이에요. 그때는 급하게 만들어서 아쉬움이 좀 있었거든요. 지난해에는 이걸 다 한 모듈처럼 만들었어요. 그랬더니 모자이크처럼 보이지는 않고 분리된 것들이 모여 있더라는 정도였죠.

올해는 이를 보완하고 업그레이드하면서 다시 만드는 중이에요. 전과는 완전히 다를 거예요. 기구 부분을 아예 처음부터 새롭게 설계했어요. 상을 확대하는 돋보기를 크기별로 배치했고 상이 맺힐 때 따로따로 맺히는 게 아니라 약간씩은 겹치게 해서 모자이크 느낌을 더 받게끔 할 계획이에요. 어떻게 보면 단순한 핀홀 카메라이지만 결과적으로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보이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예요.

모자이크 핀홀 카메라 (사진제공: Team VANVAN)

모자이크 핀홀 카메라 (사진제공: Team VANVAN)

그렇다면 이번 팀 반반의 부스는 어떻게 꾸며질까요?

박만규 카메라 본체를 사람들이 와서 보고 가는 게 아니라 카메라를 통해 건너편을 내다볼 거잖아요. 렌즈로 들여다보는 배경이 탁 트인 곳이든지, 관람객이 자유롭게 지나가는 길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카메라로 보는 상이 그냥 벽면이면 안 되잖아요. 바로 옆 부스만 보여도 이상하고요. 카메라의 반대편 방향만 뚫리면 돼요. 그래서 보는 사람이 제일 가장자리를 바라보든지 아니면 정중앙을 바라보든지 하면 좋겠어요.

모자이크 핀홀 카메라에는 언제부터 어떻게 관심이 있었나요?

박만규 핀홀 카메라에 사실 그렇게까지 관심이 있던 건 아니고요. (웃음) 우리는 하나의 콘셉트나 하나의 좋아하는 관심사가 있기보다는 그냥 만드는 행위가 좋아서 하는 거예요. 뭘 만드는지는 매년 새로 정하고요. 모자이크 핀홀 카메라도 이번에 그냥 만들어보고 싶어서 하는 거예요.

우리에게는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을 뿐 결과물이 목적이 되지 않아요. 같이 모여서 시간을 보내며 이번에는 이걸 해볼까, 다음에는 저게 어떨까 정해서 실행하는 자체가 즐거워서 계속하죠.

<메이커 페어 서울 2017>에 등장한 樂기차-Remaster. 올해 팀 반반은 암막존 대신 탁 트인 곳에서 관람객을 만난다.

<메이커 페어 서울 2017>에 등장한 樂기차-Remaster. 올해 팀 반반은 암막존 대신 탁 트인 곳에서 관람객을 만난다.

팀 반반이 처음 만나게 된 스토리가 궁금해요.

백승엽 우리가 친해진 건 2013년 프랑스에서 열린 세계무인항공기 대회 IMAV2013에 참가하면서였어요. 드론을 별도의 조작 없이 자율주행으로 움직이게 해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대회였죠. 그때 팀 반반을 꾸려 대회를 준비하면서 돈도 같이 모으고 만들다가 시행착오도 많이 겪으면서 친해졌어요.

이후로 계속 뭔가를 같이 만들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어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찾다 보니 메이커 페어 서울이 있어서 참가했고 그밖에 다른 전시회나 행사에도 여럿 나갔죠. 요즘은 각자 하는 일이 바쁘고 자주 만나기 힘들어지다 보니 근 3~4년간은 계속 메이커 페어 하나만 나가요.

서로 사는 곳도 다르고 공동 작업장도 없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서로 협업하는지요?

박원엽 작업을 같이하려면 장소가 필요하죠. 예전에는 제가 친구와 운영하던 사업장 내부에 공간이 넓어서 거기에 모여서 같이 했어요. 하지만 저도 따로 사업을 시작하고 승엽이도 다니던 회사를 나와 사업에 발을 디디면서 각자 흩어졌죠. 그 후로는 협업할 공간을 잡기가 어려워졌어요.

이제는 주제가 잡히면 셋 중 한 명이 주로 작업해요. (웃음)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이 서브로 붙어서 뭘 도와달라고 하면 해주는 식으로 하죠. 매년 한 해는 A네 집에서 다음 해에는 B네 집에서 하듯 돌아가면서 맡아요. 올해 페어를 앞두고는 유일한 직장인인 만규가 주로 맡아서 하는데 이 친구도 아이가 생겨서 바빠요. 다 같이 여유가 없으나 없는 시간을 만들어가며 하고 있죠.

7년 이상 지속되는 팀워크의 원천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박원엽 우리는 재미있는 작품 만들기를 취미 삼아 즐기는 일을 가치로 삼는 공통점이 있어요. 남들이 뭐라 하든 만드는 게 재미있으니까 하거든요. 전시하면 뿌듯하니까요. 초창기에는 팀원들이 더 있었어요. 그러나 시간이 흘러 취업도 하고 자기 업무에 집중하느라 바빠져서 참여하지 못하거든요. 그래도 결국 셋은 계속 남아서 하는 이유가 이거 같아요.

백승엽 그런 사상들이 잘 맞았어요. 보통 메이커 페어에 같이 나가자고 하면 장사하거나 스펙을 올리거나 어쨌든 뭘 자꾸 남기려고 하거든요. 우리는 만들기 자체로 즐거워요. 나만 그런 거 아니지? 형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박만규 우리는 지속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어요. 대단한 걸 만들어서 올해도 한 번 이슈를 끌지보다는 우리가 끊임없이 하는 모습만 보여주려 해요. 처음 1~2년간은 아무도 우리한테 관심이 없었어요. 지금까지 매년 나가니까 메이커 페어 서울 기획자님도 또 나왔냐며 관심을 주더라고요. 꾸준함이 우리 팀의 힘이에요. 그것밖에 설명할 게 없네요.

팀 반반이 인터뷰를 계기로 오래간만에 모였다. 모인 김에 아이디어 회의 역시 잊지 않았다.

팀 반반이 인터뷰를 계기로 오래간만에 모였다. 모인 김에 아이디어 회의 역시 잊지 않았다.

메이커 페어 서울에 빠짐없이 참여해 지켜봐 오면서 든 생각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박만규 규모가 커졌어요. 그런데 작품들에 아쉬움이 남아요. 처음에는 신기하다 어떻게 했을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이제는 멀리서 봐도 어떤 작품인지 알 수 있는 것들이 많죠.

백승엽 우리는 ‘메이커 페어스럽다’는 표현도 써요. 그만큼 메이커 페어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특성이 있다고도 볼 수 있겠죠. 나는 이것도 할 수 있다며 뽐내는 작품보다는 재미있게 만들어서 함께 즐기기는 ‘메이커 페어스러운’ 작품이 많아졌으면 해요.

박원엽 축제가 아니라 전시회 성격이 짙어지는 것 같아요. 평준화되는 경향이 있어요.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안 하는 뭔가를 하려고는 하거든요. 뻔하지는 않으니까 그게 우리 팀의 장점이 될 수는 있겠죠.

올해 메이커 페어를 앞두고 특히 기대하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해요.

백승엽 메이커 페어 서울 행사가 매년 계속 커졌잖아요. 개인적으로 기대되는 부분은 장소예요. 문화비축기지가 지난해 개최지보다 공간도 넓고 탁 트여 있으니까 어떻게 꾸며질는지 기대돼요.

박만규 같이 참여하는 뭔가가 예전에는 없었는데 요새 점점 많아져서 보기가 좋아요. ‘드론 파이트 클럽’이나 ‘카트 어드벤처’ 등이요. 만든 걸 보여주는 데에만 그치는 대신 만들어서 같이 참여하는 게 메이커 페어의 취지와 맞다고 생각해요.

박원엽 딱히 뭘 기대하고 나가지는 않아요. 이번 메이커 페어를 밤도깨비 야시장이랑 같이 한다더라고요. 그러면 뭘 사 먹을 수 있잖아요. 고기도 있고 메뉴가 다양하겠죠. 그게 저는 기대돼요. (웃음)

끝으로 팀 반반 부스를 홍보하는 한마디 부탁드려요.

박만규 만들기를 좋아하는 우리 팀이 올해에도 정말 즐겁게 만든 작품이에요. 카메라를 만든 것은 우리지만 카메라를 통해 보는 건 여러분이거든요. 보고 싶은 걸 마음껏 보고 가면 좋겠어요.

모자이크 핀홀 카메라 (사진제공: Team VANVAN)

모자이크 핀홀 카메라 (사진제공: Team VANVAN)

[2018메이커] 4초 만에 ‘아―’로 파킨슨병 진단해요

―딥러닝을 이용한 음성 기반 파킨슨병 진단기 만든 이채영 & 양서연 메이커

고등학생과 대학원생 둘이 무려 의료용 인공지능 기기를 만들었다. 용인외대부고에 재학하는 이채영 그리고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석사과정의 양서연 메이커가 만든 딥러닝을 이용한 음성 기반 파킨슨병 진단기다. 마이크에 딱 4초, ‘아-’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 파킨슨병을 진단할 수 있고, 병이 있다면 진행 단계가 어느 정도인지까지 알 수 있다고.

‘고등학생과 대학원생’이라는 특이한 조합에도 불구하고, 두 메이커는 균형을 잘 맞춘 팀을 이루고 있다.그 누구의 지도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고자 하는 욕구와 궁금증을 키워 결과물을 완성해낸다. 이채영 메이커와 양서연 메이커를 만나 파킨슨병 진단기의 개발 이야기를 들었다.

이채영 & 양서연 메이커 팀이 파킨슨병 진단기를 시험해보고 있다.

이채영 & 양서연 메이커 팀이 파킨슨병 진단기를 시험해보고 있다.

‘딥러닝을 이용한 음성 기반 파킨슨병 진단기’를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목소리로 파킨슨병을 진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에요. 모음 ‘ㅏ, ㅔ, ㅣ, ㅗ, ㅜ’ 중 하나를 4초 동안 최대한 안정적으로 발음하면 인공지능이 목소리의 떨림이나 끊김 등을 분석해 파킨슨병의 유무와 병의 경도를 판단하는 기기죠.

파킨슨병 진단기를 만든 동기 또는 사연이 궁금해요.

요양원에 봉사 활동을 하러 가서 우연히 파킨슨병 환자를 만났어요. 그분은 파킨슨병 증상 중 하나인 목소리 장애 때문에 의사소통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있었어요. 이 경험으로 파킨슨병의 목소리 장애가 유발하는 정신적 고통이 극심하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그리고 몇 달 후 직접 파킨슨병 환자를 위한 의료 솔루션을 만들어봐야겠다고 결심했어요.

파킨슨병을 진단하는 데 목소리를 주목한 까닭은 무엇인가요? 목소리에 병의 경도를 결정하는 어떤 유의미한 정보가 있는지 설명을 듣고 싶어요.

앞서 말씀드린 목소리 장애는 파킨슨병 환자의 89%가 나타내는 초기 증상 중 하나예요. 그만큼 파킨슨병을 진단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척도죠. 동시에 목소리 진단은 전문적인 기기가 필요하지 않고 시간 및 비용 소모 또한 아주 적게 들기 때문에 누구나 어디서든 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한 거예요.

파킨슨병 진단기에서 목소리를 분석하는 코딩

파킨슨병 진단기에서 목소리를 분석하는 코딩

그렇다면 진단기가 작동하는 원리는 어떻게 되나요?

진단기의 작동 원리는 정말 간단해요. 목소리를 스펙트로그램 이미지로 변환해서 CNN 분류기에 넣고 1~4중의 숫자 하나를 출력으로 얻는 거예요. 이렇게 해서 받은 숫자가 1이면 파킨슨병이 없는 사람이고 2~4는 파킨슨병이 있는 사람이면서 숫자가 클수록 병의 경도가 달라지죠.

설계 및 제작 도중 잘 해결되지 않고 막히는 곳은 어떻게 해결했는지 듣고 싶어요.

작동 원리를 결정하기는 어렵지 않았으나 문제는 학습에 있었어요. 딥러닝을 위해서는 최소 몇만 장의 데이터가 있어야 했지만, 그만큼이나 구하기란 불가능했어요. 파킨슨병 환자의 목소리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의료 데이터니까요. 결국 우리가 최대한으로 구한 데이터는 총 5000장이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이걸 가지고 1만 장이 넘게 데이터를 증강시켰어요. 이미 가지고 있는 정보를 반복해 사용하는 기존의 방법(noise adding, stretching, rolling, pitch shifting)이 아니라 기존 정보에 인간 음성의 정보(gender, age 등)을 추가할 수 있는 새로운 증강 방법까지 고안할 수 있었어요.

딥러닝캠프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이 아니었다면 이들의 메이커 페어 서울 참가도 없는 일이었을지 모른다.

딥러닝캠프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이 아니었다면 이들의 메이커 페어 서울 참가도 없는 일이었을지 모른다.

이채영 메이커님과 양서연 메이커님은 서로 어떻게 협력하기로 했는지 궁금해요.

우리 둘은 텐서플로우코리아 그룹이 주최한 딥러닝캠프에서 만났어요. 저(이채영)는 당시 파킨슨병 진단기를 만들기 위해 데이터 증강 기법을 개발하고 있었고 양서연님은 GPS 성능 개선에 관해 딥러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죠. 데이터 수집을 위해서 여러 가지 하드웨어를 조율하고 있을 때 저는 직감했어요, ‘양서연 님은 하드웨어 마스터다!’

그래서 곧바로 양서연 님에게 프로젝트 협업을 요청했죠. 그래서 이번 메이커 페어 때 선보일 파킨슨병 진단기를 함께 개발하기로 했어요. 협업한 이후로 저(이채영)는 기존에 만들던 커스텀 CNN 분류기를 모바일넷으로 바꾸는 과정을 진행했고요. 양서연님은 이 모바일넷을 텐서플로우 라이트로 변환해서 라즈베리파이 및 어플에 디플로이하는 과정을 맡아줬어요.

고등학생으로서 학업을 병행하며 작품을 만드는 데에서도 힘든 점이 있을 것 같아요.

고등학생으로서 딥러닝을 연구하는 점에서는 가장 먼저 컴퓨팅 리소스의 문제가 있어요. 딥러닝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GPU 컴퓨팅이 가능해야 하는데 달랑 노트북 하나로 연구하는 고등학생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죠.

그래서 학기 중에는 가벼운 네트워크로 이론을 연구했고 방학 때에 인턴십이나 리서치 캠프에 참가하며 대규모 실험을 진행했어요. 특히 이번 딥러닝캠프에 참가할 때 구글에서 클라우드 GPU와 TPU를 지원해준 덕에 걱정 없이 한 발 한 발 나아갈 수 있었죠.

파킨슨병 진단기의 안드로이드씽스가 부팅되고 있다.

파킨슨병 진단기의 안드로이드씽스가 부팅되고 있다.

앞으로 더 어떤 만들기를 지속하고 싶은지 꿈 또는 목표를 듣고 싶어요.

파킨슨병 진단기 개발 프로젝트를 거의 2년 넘게 진행하면서 의료용 인공지능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개발 과정에서 창업 준비도 했고 여러 번 피칭도 다녔고요. 이런 경험이 쌓이다보니 의료 AI 스타트업을 만들고 싶은 꿈이 생겼어요. 목표는 영화 〈엘리시움〉에 나오는 세상처럼 어디서든 누구든 어떤 병이든지 간편하게 진단 및 치료를 받는 의료 유비쿼터스 시대를 개척하는 거예요.

메이커 페어 서울 2018을 준비하며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다양한 프로젝트와 각양각색의 이야기를 들고 오실 메이커 분들과의 네트워킹이 가장 기대돼요. 산으로 사면이 둘러싸인 기숙사 학교에서 홀로 개발해와서인지 우리 프로젝트에 흥미를 느낄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요. (웃음)

끝으로 메이커님들의 부스를 홍보하는 한마디 부탁드려요.

의사가 아닌 컴퓨터 앞에서 파킨슨병을 진단할 수 있어요. 주위가 시끄러워도 음질이 좋지 않은 환경이어도 괜찮아요. 우리 부스에 방문하셔서 한 번의 “아―”로 혹시 모를 파킨슨병을 진단해보세요.

[2018메이커] “메이킹, 돈이 되는 걸 만들지 않아도 좋은 일”

8개월(8Month)은 2010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메이커스페이스 해커스랩서울과 2012년의 독립창작스튜디오 노닥노닥 그리고 2014년~2015년 서교전파사의 역사를 잇는 곳이다. 본업이 사진작가인 류승완 메이커는 필요할 때마다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오다가, 2015년에 8개월을 시작한 이후로 더 재밌는 방향을 찾으면서 지금껏 메이킹을 해오고 있다. 메이커 페어 서울에 1회부터 이번 7회까지 빠짐없이 참가하고 있는 류승완 메이커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8개월의 작업공간 한쪽 벽에는 1회 메이커 페어 서울부터 그가 입고 뛴 티셔츠가 가득 전시돼 있다.

8개월의 작업공간 한쪽 벽에는 1회 메이커 페어 서울부터 그가 입고 뛴 티셔츠가 가득 전시돼 있다.

8개월이라는 이름이 어디서 유래했는지부터 여쭤보고 싶어요.

원래 이 자리(8개월의 작업공간)에는 피자 가게가 있었어요. 그런데 2년 단위로 임대 계약을 해오던 중에 임차인이 8개월을 남기고 떠나는 바람에 제가 운 좋게 여기를 임시로 쓰게 되었어요. 비슷한 시기에 두 정거장 떨어진 곳에 제가 회원으로 있던 서교전파사가 이전할 곳을 찾고 있어서, 서로 합치고 8개월이라는 이름을 달아 새로 출발했어요.

그리고 같은 해 연말에 지인이 운영하는 건축 회사가 이 공간을 무료로 공유하는 대신 인테리어를 해주기로 하고 합류했어요. 그런데 그 건축 회사도8개월여 만에 나가버렸거든요. 이런 사연이 있다 보니 이름을 바꿀 필요 없겠다는 구성원 간에 합의가 있어서 8개월이라는 이름을 유지하면서 운영하고 있어요.

8개월 구성원들은 각각 메이커 페어 서울 2018에 무엇을 가지고 나올 계획인가요?

한 분은 가짜뉴스를 판별하는 공을 가져올 거예요. 마이크에다 어떤 정보를 말하면 구글 API가 인터넷으로 가짜뉴스인지 아닌지 찾아내서 가짜일 경우 빨간빛을 낸다고 하고요. 또 한 분은 홀로그램 종이를 이용해 큐브를 만들어서 허공에 정육면체가 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대요. 필름에 미세하게 그어진 요철이 빛을 수직으로 갈라지게 만드는데 그걸 여러 장 겹쳐서 홀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거죠. 또 한 분은 뭘 가지고 나올지 저도 아직 잘 모르는데요. (웃음) 그렇게들 작업해서 메이커 페어 날 등장할 예정이에요.

할머니를 향한 애정으로 류승완 메이커가 만든 대화보조장치

할머니를 향한 애정으로 류승완 메이커가 만든 대화보조장치

류승완 메이커님이 가져올 것 중 대표는 아무래도 대화보조장치 같아요.

대화보조장치는 2013년 2회 메이커 페어 때 처음 출품했어요. 당시 팔순이 넘은 할머니를 모시고 있었는데, 300만 원짜리 보청기를 가지고 계셨거든요. 그런데 효과가 하나도 없었어요. 이미 뇌에서 언어를 인지하는 능력이 떨어진 이후여서 보청기를 껴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려운 거죠. 보청기가 소리를 잘 증폭시키기는 해도 사람 목소리를 골라내지는 않잖아요.

너무 답답했어요. 인지능력도 기력도 갈수록 떨어지는 게 너무 눈에 띄니까 그걸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늦춰보고 싶었어요. 목소리를 곧장 귀에다 가져다 꽂을 수 없을까 고민했죠. 그래서 보청기에서 마이크를 빼내서, 장치를 입에다 대고 말하면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만 들어가게끔 하는 기계를 만들었어요. 마이크는 하얀색 공처럼 모양을 만들어서, 들고 있는 사람이 이야기하고 있다는걸 바로 알 수 있게요.

대화보조장치는 인지능력이 정상인 사람이 쓰는 기기는 아니에요. 치매의 위험이 있거나 진행 중인 사람의 치매 단계를 어떻게든 늦추고자 뇌에 대화라는 인지 자극을 주도록 만든 보조기구죠.

대화보조장치를 어떻게 올해 메이커 페어에 다시 가져오게 되었나요?

얼마 전 세운상가 만들랩에서 350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에 선정됐어요. 그래서 테스트용으로 써보고 피드백을 받고자 한 박스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여러 개를 만들기가 쉽지가 않더라고요. 양산까지는 너무나 멀고도 힘든 길 같아요. 아무튼 페어에서는 기판과 부품 조합으로 50개 정도 팔아볼까 해요.

사실 회로상으로 달라진 건 크게 없어요. 대신 케이스가 생겼죠. 홍인전자 사장님이 이런저런 조언을 주셨어요. 케이스도 홍인전자 키트에 들어가는 걸 저한테 원가에 주셨고요. 원래는 조명 케이스인데, 대화보조장치에 알맞게 PCB를 떠서 다시 만든 거예요.

몰카 방역기의 재료인 마이크로웨이브 발생장치

몰카 방역기의 재료인 마이크로웨이브 발생장치

고무대야로 만든 방음부스 옆에 선 류승완 메이커

고무대야로 만든 방음부스 옆에 선 류승완 메이커

다른 작품도 더 가져오시던데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요즘 몰카가 매우 이슈잖아요. 몰카 방역기를 만들려고요. 전자레인지 내부에 마이크로웨이브 발생 장치라는 게 있는데요. 이게 내뿜는 전자파가 매우 강력해서 형광등에 살짝만 대도 불이 들어올 정도거든요.

몰카 방역기는 막대기에 마이크로웨이브 발생 장치를 달아서 지뢰탐지기처럼 쭉 훑는 거예요. 그러면 몰카는 물론 모든 전자장치를 다 태워버리죠. 사실 몰카를 찾아내는 게 아니라 소독하듯이 방역하는 게 목적이에요. 요즘 몰카는 정말 조그마한 것도 많은데, 그 작은 걸 직접 찾아내려면 힘드니까요. 물론 화장실에 비데가 있다면 비데 장치도 태워버리겠지만, 비데도 없고, 시설이 오래되고 낡은 곳이라면 몰카 방역기를 쓰는 게 쉽고도 확실한 방법이죠.

또 하나는 고무대야로 만든 방음부스예요. 1년 반 동안 진도를 다 못 나가고 방치되고 있어서 반드시 끝내겠다는 목표로 작업 중이에요. 작업하던 고무대야를 곡선에 맞게 똑바로 자르는 방법이 없어서 문제였거든요. 그러다 그라인더보다 더 작은 원형 톱을 찾아내서 그걸로 해결했어요. 내부에 들어가서 테스트해보니 30데시벨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어요. 이쯤이면 1인용 MDF 방음부스 200~300만 원짜리랑 동일해요. 그런데 이 고무대야는 7만원 밖에 안 하거든요.

아이템은 정말 많아요. 대화보조장치는 가서 판매할 거고요. 방금 말한 두 개는 될지 안 될지 모르는데 가능하면 전시하고 안 되면 안 들고 나갈 거예요. (웃음) 거기에 다른 친구들이 셋 정도가 스스로 만든 물건을 가져올 생각이고요.

메이커로 활동하면서 그간 총 몇 가지나 만들었는지, 매년 페어마다는 어떤 작품을 선보였는지 궁금해요.

그건 모르겠어요! (웃음) 그냥 저는 전시회에 나가야겠다고 만드는 타입이 아니라 다 제가 필요할 때마다 만들거든요. 스캐너가 없네? 만들어야겠다. 할머니가 잘 못 들으시네? 보조장치 만들어봐야겠다. 이렇게요. 10여 년 전에 볼륨을 조절하는 장치도 따로 만들었고 아버지가 에어컨을 못 사게 해서 그걸 내 손으로 만들겠다 하다가 파이프 깨지고 물천지가 다 되기도 했죠.

첫 회에는 용지의 크기나 코팅 여부에 상관없이 매우 빠르고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스캐너를 만들었고요. 2회에는 말씀드린 대화보조장치, 3회에는 여자친구와 밤에 통화할 때 힘들어서 플렉시블 스피커와 송수화기를 아예 베개와 결합해서 어느 자세로 누워도 편하게 통화할 수 있게 했죠. 4회에는 너무 교구상만 나오는 것 같아서 좀 잉여로우면서도 재미난 걸 가져가야겠다는 생각에 레일건을 만들어서 갔고요.

5회 때는 콜로이드 용액을 넣은 튜브 100개의 양 끝에 컬러 LED를 달아서 양 끝 색깔의 변화에 따라 튜브의 빛깔이 달라지면서 3D 형상을 띠는 작품을 들고 나갔는데요. 현장에서 용액이 새서 흘러내리는 바람에 대참사가 발생했죠. 6회에는 소리로 와인 잔 깨는 기계를 만들었는데 멀리서 깨보려고 몇 개월을 노력했으나 쉽지 않았죠. 특히 코스트코 와인 잔은 3mm 가까이 휘어지면서도 도통 깨지지는 않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7회까지 왔어요.

매년 류승완 메이커는 메이커 페어 서울과 함께하며 수많은 작품들을 공개했다.(사진=류승완)

매년 류승완 메이커는 메이커 페어 서울과 함께하며 수많은 작품들을 공개했다.(사진=류승완)

매년 류승완 메이커는 메이커 페어 서울과 함께하며 수많은 작품들을 공개했다.(사진=류승완)

매년 류승완 메이커는 메이커 페어 서울과 함께하며 수많은 작품들을 공개했다.(사진=류승완)

매년 류승완 메이커는 메이커 페어 서울과 함께하며 수많은 작품들을 공개했다.(사진=류승완)

매년 류승완 메이커는 메이커 페어 서울과 함께하며 수많은 작품들을 공개했다.(사진=류승완)

매년 류승완 메이커는 메이커 페어 서울과 함께하며 수많은 작품들을 공개했다.(사진=류승완)

매년 류승완 메이커는 메이커 페어 서울과 함께하며 수많은 작품들을 공개했다.(사진=류승완)

계속 메이커로 살면서 자신에게 찾아온 변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만들기를 할 때 주변에서 별로 좋은 소리를 들어본 기억이 없어요. “너 그거 왜 하니? 여자친구도 안 생기잖아.”라고들 했죠. 그렇지만 세상은 조금씩 바뀌고 있거든요. 저는 만드는 사람이 쓸데없다는 소리를 듣지 않는 세상 그리고 꼭 돈이 되는 걸 만들지 않아도 그 자체로 매우 좋은 일이라는 인식을 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어떤 분은 메이커 교육이 효과를 보려면 입시제도에 반영이 돼야 한다고 말해요. 저는 그런 효율주의가 너무 싫은 거예요. 그런데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정책을 만드는 데 직접 끼어들지 않으면 완전히 반대로 흘러가게 되거든요. 그게 싫으니까 어디서 글 써달라고 하고, 발표해달라면 하는 거예요. 어느 날은 4차산업혁명을 주제로 하는 포럼이 국회도서관에서 열려서 참석했는데요. 그 자리에서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만 하기에 저는 엔지니어들이 한국에 넘치는데 퇴근을 빨리 시켜주면 스스로 어떻게든 할 거 아니냐, 창의교육을 확장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하지만 창의랑 지식과 자발성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거라고 이야기했더니 분위기가 싸해지더라고요.

한국은 너무 효율주의로만 흘러가요. 그런데 효율만 강조하면 낯선 시도는 할 수가 없고 결국 새로운 것도 만들어내지 못해요. 한국에 메이커 운동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 때문이에요. 원래 저는 혼자 만들기만 좋아하지 운동이나 정책과는 딱히 가깝지 않았어요. 하지만 모처럼 정책의 방향에 끼어들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만드는 문화가 그 자체로 훌륭한 여가 활동이나 취미 생활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전하려고 노력해요. 쓸데없는 일이 아니라고요.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관료에게 계속 떠들어줘야 한다고 봐요.

메이커스페이스에 관한 정책 면에서 아쉬운 부분은 무엇이 있나요?

정부는 메이커스페이스를 새로 만든다고 몇억씩 써서 주택가와는 너무 먼 곳에 거대하게 지어요. 그러면 사람들이 안 오죠. 노닥노닥 같은 기존 메이커스페이스는 한 달에 고작 300만 원이면 유지가 돼요. 기존 메이커스페이스 운영자들이 많은데 이미 있는 곳에다 지원을 좀 해주면 좋겠어요. 저도 월세 주면 되게 잘할 수 있는데……. (웃음) 정부가 그렇게 자꾸 돈 들여서 새로 만들면 기존에 하던 분들이 정부랑 경쟁해야 되나요? 이상하잖아요. 정부 밑으로 들어갈 수라도 있으면 좋겠어요. 그것도 아니고요.

메이커 관련 각종 행사에 참여했다는 무수한 흔적들(사진=류승완)

메이커 관련 각종 행사에 참여했다는 무수한 흔적들(사진=류승완)

8개월에서 뭔가가 만들어지는 흔한 풍경(사진=류승완)

8개월에서 뭔가가 만들어지는 흔한 풍경(사진=류승완)

올해 메이커 페어를 앞두고 특히 기대하는 점은 어떤 건지 궁금합니다.

제가 그동안 늘 혼자 나와서 다른 분들의 작품들을 제대로 못 봤어요. 혼자 나가면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가잖아요.

그러나 이번에는 여러 명이 가요. 그래서 그 친구들한테 맡겨놓고 저는 하나씩 찬찬히 보면서 인사도 하고 사진도 찍고 돌아다닐 거예요. 다른 때보다 편하게 볼 거 같아서 그 점이 기대가 커요.

끝으로 8개월의 부스를 홍보하는 한마디 부탁드려요.

여기는 아쉽게도 메이커 스페이스가 아녜요. 아닌 이유는 제가 상주할 수 없기 때문이거든요. 그러니까 여기를 이용하고 싶다면 페이스북 그룹 ‘8Month’에 가입하신 다음 연락해주셔서 시간에 맞춰 찾아오시면 돼요.

일반적인 메이커 스페이스에 있는 기기들이 많지는 않지만, 수공구류는 엄청나게 많아요. 동네 가까이 사는 분이라면 오셔서 만드는 기술을 서로 논의하며 이용하기에는 아주 좋은 곳이죠. 동네 친구를 부르듯이 연락 주세요. 매일 놀 수 있지는 않겠지만 친하게 지내요. (웃음)

류승완 메이커는 지금도 밝은 미소와 함께 메이커 운동을 더불어 만들어나가고 있다.

류승완 메이커는 지금도 밝은 미소와 함께 메이커 운동을 더불어 만들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