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 페어 서울 2018 주요 메이커 인터뷰 기사입니다.

[메이커 인터뷰] 웃음 그리고 즐기는 과학을 나누는 환상의 짝꿍 – 크리스티나 & 로저 메이커

재미난 물건, 재미난 일, 재미난 일상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메이커 페어 서울은 매년 만드는 사람들이 모이는 축제입니다. 메이크 코리아가 만난 축제의 주인공과 작품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가슴 깊은 곳에 무엇인가를 만들고픈 열망을 간직한 어른이, 꿈 많은 청소년과 어린 친구들을 모두 환영합니다.

 

“웃음 그리고 즐기는 과학을 나누는 환상의 짝꿍 “대박!”

한국에 Smiles 전파한 크리스티나 & 로저 메이커

 

지난 10월 19일과 20일 양일간 열린 메이커 페어 서울 2019에서는 유독 밝게 웃으며 독특한 에너지를 전파한 외국인 메이커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Smiles – International Art Experiences라는 프로젝트를 선보인 Christine Harvey(이하 크리스티나) 그리고 Roger Lawson(이하 로저) 메이커는 부스 내에서도 부스 밖 문화비축기지 곳곳에서도 친근한 매력과 함께 ‘글로벌 인싸’로서의 면모를 가득 풍겼다.

크리스티나와 로저 메이커는 지난 2016년 메이커 페어 베이에어리어에서 전다은 메이커를 만나 친구가 된 “롱 원더풀 스토리”가 지금껏 이어져 생애 처음으로 한국 땅까지 밟았다. 두 메이커가 팀을 이뤄서 한국까지 찾아와 보여주고자 한 Smiles는 무엇이었는지 전다은 메이커와 함께 찾아가 물었다.

크리스티나(좌) 그리고 로저(우) 메이커가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참고로 이 둘은 부부가 아니다. (사진=장지원)

 

먼저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크리스티나 저는 과학교사이자 메이커예요. 세상에 궁금증이 많은 사람이기도 하죠.

로저 저도 과학교사고요.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다르게 생각하고 보여줄지 방법을 찾는 데 관심이 많아요.

 

이번에 가져온 Smiles는 어떤 작품인지요?

크리스티나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과 예술적인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서 만들었어요. 먼저 포스트잇에 웃는 얼굴을 그려달라고 하고 뒤이어서는 토끼 귀를 그려달라고도 하거든요. 다 그리면 부스 뒤편 벽에 전시된 다른 웃는 얼굴 그림들도 같이 감상하고 그것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함께 웃어보는 프로젝트예요. 그렇게 미국 메이커 페어에서와 이번 메이커 페어 서울에서 받은 스마일이 한 데 모였죠.

 

메이커 페어 서울에서 받은 반응은 어땠나요?

크리스티나 그야말로 놀라웠어요. 모두 자발적이자 열린 마음이었고요. 다들 열정적으로 참여해줬고 부스 뒤쪽 벽을 보면서 놀라워했어요. 셀카도 많이 찍으며 다 같이 웃었죠. 어떤 분은 “여러분 같은 사람 덕분에 세상이 조금씩 바뀌는 듯하다”며 좋은 말도 들려줬어요. 수잔(전다은 메이커의 친척)이 통역을 잘 도와준 덕분에요. 예술로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안기는 일, 그게 예술가의 꿈 아닐까요. 하나의 세상, 하나의 사랑을 만드는 거요.

 

Smiles 부스에서 각양각색의 미소와 함께 두 메이커 팀이 웃음 짓고 있다. (사진=전다은)

 

언제부터 메이커로 활동하기 시작했는지 궁금해요.

크리스티나 과학교사로서 학생 200여 명을 매일 가르치던 중 여러 가지로 한계가 있다고 느꼈어요. 예술을 하고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 6~7년 전부터 메이커 페어로 참여하기 시작했죠. 그렇게 로저와 동료로서 한 팀이 돼 계속 활동하는 중이고요. 전다은 메이커를 만나서는 그가 저희를 이곳으로 안내하면서 용기도 주고 확신도 안겨줬어요.

 

메이커로서 과학교사로서 말해주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지요?

크리스티나 아이들에게 어떻게 과학에 관심을 느끼고 사랑하게 할지 늘 고민해요. 공룡을 좋아하듯 우주를 좋아하듯 동물을 좋아하듯 과학에 자연스럽게 흥미를 갖도록 말이죠. 물론 이때 강요가 들어가서는 안 돼요. 지나치게 설명해서도 안 되고요. 그냥 즐기게 두는 거예요. 과학관에 데려가서도 너무 설명하거나 가르치는 대신 내버려 두죠. 대신 이렇게 말해요. ‘나도 모르겠어. 그렇지만 같이 찾아볼까?’ 이렇듯 함께 배우며 참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봐요. 우리도 각자 매일 새로이 배우잖아요.

 

메이커 페어는 각국 어디에 참가했나요?

크리스티나 현재까지는 미국과 한국 두 나라예요. 미국에서는 뉴욕 두 번을 비롯해 샌디에이고 그리고 베이에어리어에 참여했죠.

 

(왼쪽부터) 크리스티나, 로저, 전다은 메이커가 메이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전다은)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었는지요? 느낀 점은 어땠을까요?

크리스티나 한국 방문도 메이커 페어 서울 참가도 처음이었어요. 느낀 점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거예요. “Wow.” 사람들은 하나같이 매우 친절했고요. 놀기도 열심히 노는데 매우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같아요. 아침에 지하철을 타러 뛰어가는데 왜 뛰는지를 몰라서 놀랐거든요. 한국 하면 짧은 시간에 빠르게 발전한 나라로 꼽히잖아요. 이제는 놀 수 있는 때가 된 것도 같아요.

 

메이커 페어 참여로 느낀 미국에서와 한국에서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로저 참여도가 더 좋은 것 같아요. 미국에서는 그래서 그걸로 나한테 뭘 줄 수 있는지 다소 계산적인 편이거든요.

크리스티나 모두 그렇지는 않아도 미국은 예술보다는 기술적인 면에 좀 더 신경을 쓰는 경향은 있어요. 하지만 한국은 모두가 예술을 열린 마음으로 보고 즐길 줄 알더라고요. 미국에서는 그려보라고 했을 때 보기만 하고 그냥 지나가는 사람도 많았는데 한국에서는 다들 흔쾌히 그려줬거든요. 지하철역마다 시를 읽을 수 있게 붙여 놓은 나라가 한국이잖아요. 한국인들에게는 시가 문화적으로 가까이 있는 듯 느껴져서 그 점도 인상적이었어요.

 

메이커 페어 서울 2019에서 특히 좋았다는 면을 꼽자면 어떤 부분일지요?

크리스티나 사람들이죠. 관람객들이 진심으로 열정을 다 해 즐기는 모습이요. 덕택에 새로운 한국 친구도 많이 사귀었어요. 개인으로서 또는 가족끼리 사진도 많이 찍었고요.

 

크리스티나 & 로저 메이커는 DIY 굿즈도 카드보드 로봇도 만들며 메이커 페어 서울 2019를 즐겼다. (사진=전다은)

 

특히 재미있던 프로젝트를 골라 말씀해줄 수 있나요?

로저 Garage.M(게러지엠)에서 만드는 카드보드 공룡이 재미있었고요.

 

크리스티나 Dev.Art 최재필 메이커가 만든 웃는 표정을 읽어주는 스마일, 작은발명공작소의 DIY 굿즈, 만드로 이상호 메이커의 전자의수가 인상적이었어요. 공방(USHS)에서 만든 영화 인터스텔라의 로봇 그리고 ExP. D&A의 펭귄 가위바위보(가위~바위~펭!)도 신기했어요.

 

다음 계획이나 꿈은 무엇인지 듣고 싶어요.

크리스티나 메이커 페어 외에도 박물관에 몇 달간 메이커 프로젝트를 전시하고 있어요. 지난 5월에는 ‘장난감 비’라고 장난감을 실로 연결해 구름 아래로 비가 내리듯 보이게 만든 작품이거든요. 이처럼 다른 나라 여러 사람에게 더 웃음을 주는 작품활동을 계속하고 싶어요. 내년 4월에 메이커 페어 베를린에 가자고 전다은 메이커가 자꾸 꼬드기고 있거든요. 멕시코에서 이제 막 시작한 메이커 페어 할리스코도 가고 싶고요. 기자님도 갈래요? (웃음)

 

끝으로 내년을 기약하며 한국의 메이커들에게 한마디 해주겠어요?

크리스티나 & 로저 이토록 긍정적인 경험을 겪게 해줘서 고마워요. 정말 대단했어요. “감사합니다. 대박!”

 

로저 & 크리스티나 메이커가 앞으로 어디에 가서 사람들을 웃게 할지 논의하고 있다. (사진=장지원)

글·사진 | 장지원

 

[메이커 인터뷰] 오픈지그웨어로 못 만드는 로봇은 없어요 – 온진욱 메이커

재미난 물건, 재미난 일, 재미난 일상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메이커 페어 서울은 매년 만드는 사람들이 모이는 축제입니다. 메이크 코리아가 만난 축제의 주인공과 작품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가슴 깊은 곳에 무엇인가를 만들고픈 열망을 간직한 어른이, 꿈 많은 청소년과 어린 친구들을 모두 환영합니다.

 

“오픈지그웨어로 못 만드는 로봇은 없어요”

오픈지그웨어 이용해 로봇 설계하는 온진욱 메이커

 

온진욱 메이커는 오로카라는 이름의 메이커 모임에서 쿠루쿠루라는 별명을 사용하며 오픈지그웨어라는 동적 링크 라이브러리(DLL)를 가르치고 공유하고 있다. 오픈지그웨어를 이용하면 수식만을 이용해 로봇 설계가 쉽게 가능하고 이를 어떤 형태의 로봇에도 어렵지 않게 적용할 수 있다고 온진욱 메이커는 강조했다.

그 결과물로 여러 가지 매니퓰레이터와 보행 로봇 등을 메이커 페어 서울 2019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온진욱 메이커를 만나 오픈지그웨어가 무엇인지 그것으로 어느 로봇까지 만들어냈는지 알아봤다.

 온진욱 메이커가 메이키 티셔츠를 입고 헐크버스터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장지원)

 

이번 프로젝트의 설명을 간단히 부탁드려요.

사탕 뽑기 로봇 그리고 그 네 가지를 조합해서 만든 델타 사족보행 로봇이 있고요. 최근에 만들어서 보완 중인 헐크버스터 형태의 휴머노이드 이족보행 로봇도 있어요. 그리고 매니퓰레이터를 작은 형태로 먼저 설계해 만든 뒤 작은 모듈을 각기 이어 붙여서 큰 형태의 매니퓰레이터로도 만들었고요. 저 혼자만이 아니라 오로카 모임에서 단체로 나올 거예요. 구성원들의 아이디어를 조금씩 녹여내 만든 각자의 작품들도 보여드릴 거거든요.

이와 별개로 다른 메이커 한 분이 진짜 잘 만든 초대형 건담이 있는데요. 거의 장식처럼 가만히 놓고 있던 작품을 움직이게 해주겠다고 잠깐 빌려서 동작을 추가한 다음에 돌려드리려 하고 있어요. 이 건담도 메이커 페어 서울 2019에서 확인하면 돼요.

 

주요 작품인 사탕 뽑기 로봇, 사족보행 로봇, 헐크버스터는 어떻게 만들었나요?

매니퓰레이터를 만드는데 보통은 모터가 다섯 개나 필요해요. 하지만 모터가 비싸다 보니까 사용 가능한 개수가 제한될 수 있잖아요. 이때 모터를 단 세 개만 갖고 비용을 절약하며 만드는 게 델타형 매니퓰레이터거든요. 델타형 하나로 사탕 뽑기 로봇을 만든 거고요.

그러던 가운데 어떤 분이 아이디어를 줬어요. 각자 만든 델타형을 여러 개 모으면 함께 뭔가를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거였죠. 마치 변신 합체 로봇처럼요. 그 말을 듣고 사족보행 로봇을 만들면 되겠다고 해서 실현해냈죠. 가운데에는 3D카메라를 장착해서 굳이 모터를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카메라를 통해 둘러보게끔 하면서요.

머리에는 모터를 넣지 않은 대신 허리부터 발끝까지 하나하나 집어넣어서 초안을 만들었어요. 무릎에는 특히 힘이 많이 갈 것 같아서 비싼 모터를 적용했고요. 나중에 점차 업그레이드할 가능성이 큰 작품이에요.

델타형 매니퓰레이터 4기가 합체해 사족보행 로봇으로 다시 태어났다. (사진=장지원)

 

작품을 만들면서 쓴 오픈지그웨어란 무엇인지요?

오픈지그웨어는 미들웨어의 일종으로 윈도에서 돌아가는 DLL이에요. 이를 이용해서 프로그램을 짤 경우 라이브러리에서 호출 함수 하나만으로 툴 전체를 불러오기가 가능해요. 모션 툴과 디자인 툴을 통해 3D모델링을 만들 수 있고 직접 모터를 제어할 수도 있어요.

이렇듯 로봇의 형태를 만들 때 내 마음대로 수학적 수식만 넣으면 프로그램 안에서 원하는 그대로 적용이 돼요. 쉽게 짜려면 쉽게 짜고 어렵게 짜려면 어렵게 짜는 것도 되게끔 오픈돼 있죠. 모든 코드는 다섯 줄 이내로 가능한 덕분에 중고등학생도 영문 타이핑이 느릴지언정 금방 배워서 활용해요.

 

오픈지그웨어의 장점은 곧 직관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부분인가요?

이를테면 포워드 키네메틱스라는 수식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면 곧장 네 관절의 수학적 형태가 만들어지고 이를 거쳐 실제 매니퓰레이터의 설계까지 10분이 채 안 걸려요. x, y, z축으로 각각 얼마나 그릴지 요령만 있으면 몇 가지 수식만으로 전부 한 번에 만들어지니까 넣고 싶은 수식을 복사하기와 붙여넣기로 그저 가져다 쓰기만 하면 되죠. 명령어 한 줄이면 팝업으로 모션 툴과 디자인 툴이 곧바로 뜨는 셈이에요.

이 부분이 풀렸냐 아니냐의 차이는 매우 커요. 10㎜를 움직인다고 해도 코딩을 일일이 입력하는 쪽에서는 각도 하나하나를 어찌할지 고생하는 반면 오픈지그웨어를 쓸 때는 예상 이동 경로가 x, y, z축으로 곧장 파악되니까 모션을 훨씬 쉽게 짤 수 있거든요. 만들어놓은 모델링에 따라 연속으로 이어지는 모션을 자동으로 생성되게 하기도 가능하고요.

 오픈지그웨어를 활용하면 복잡한 매니퓰레이터도 짧은 시간 안에 만들 수 있다. (사진=장지원)

 

그렇게 로봇의 보행도 간단히 구현 가능한지요?

걷는 부분은 조금 달라요. 오픈지그웨어 내에 엑셀 함수도 넣도록 같이 오픈됐는데요. 모터에 번호를 맞춰주고 수식에 따라 몇 번 모터가 이동하는지를 정해둬요. 이때 각 파라미터 또는 수위를 둬서 얼마나 흔들지, 들어 올릴지, 주저앉을지, 벌릴지, 펼지 같은 경우의 수를 붙여넣을 시에 보행이 자동으로 만들어지죠.

 

웹캠 또한 오픈지그웨어를 통해 응용할 수 있다고 들었어요.

웹캠도 오픈지그웨어에서 코드 한 줄만으로 웹에다 스트리밍 영상을 바로 뽑아낼 수 있어요. 만약 라즈베리파이에서 누군가 카메라로 화면을 송출하고 있으면 이를 끌어와서 내 컴퓨터로 보는 것도 되고요. 단 중간에 서버를 거쳐 컴퓨터에 보이는지라 조금은 딜레이가 생겨요. 이렇게 하지 않고 디바이스끼리 직접 연결하면 동작 속도가 조금은 더 빨라지겠지만요.

웹캠으로 영상을 받아오는 데 그치지 않고 오픈CV에 활용하게끔 이미지를 캡처해서 보내줄 수도 있어요. 이로써 조이스틱이나 컨트롤러를 이용해 원격으로 조종할 시에도 쉽게 적용되겠죠. 이렇듯 실제 업무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기능은 거의 다 들어가 있다고 보면 돼요.

 온진욱 메이커가 오픈지그웨어로 하는 로봇 설계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장지원)

 

오픈지그웨어 교육은 언제부터 하고 있나요? 보람이 클 것 같아요.

지금까지 6년 정도 한 것 같아요. 서울 대성고등학교에서 토요일 수업을 연 것이 시작이었고요. 이후 오로카 수요모임에서 정기적으로 오픈지그웨어를 교육하면서 별도로 목요모임도 개설해 몇 달 동안 천안에서 올라오는 중고등학생을 가르치기도 했어요.

뿌듯함은 분명히 있죠. 3D프린터를 직접 만들어서 여러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원하는 대학교에 입학한 학생도 있고요. 애초 생각보다 더 큰 친구들도 종종 눈에 띄어요. 기대하지 않았는데 뜬금없이 엄청나게 성장해서 이제는 저랑 다른 분야를 개척하지 않나 싶을 정도인 구성원도 보이거든요.

 

특히 자랑할 만한 구성원이 있다면 소개해줄 수 있을까요?

그중에서 한 친구는 어느 날 초등학생 시절에 자기가 하는 말이 키네메틱스인지도 모르고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하면서 해답을 얘기하는 거예요. 신기하더라고요. 네가 지금 말한 게 뭐니까 뭔지 정확하게 설명해줄 테니 그냥 놀러 온다는 생각으로 찾아오라 했고 이후부터 인연이 돼 현재는 중학교 3학년으로 컸어요.

더 나아가서 이제는 이 친구가 주야장천 설명하는 내용을 제가 못 알아들을 정도예요. 중학생으로 치지 않고 같은 엔지니어로 보죠. (웃음) 가지고 있는 지식이 엔지니어끼리 얘기해도 혀가 내둘러질 지경이니까요. 오히려 제가 배워야 할 부분도 많아요. 약한 부분을 조금 도와주거나 서로 조언을 주고받도록 연결하는 식으로 환경을 꾸며주고만 있지 제가 가르칠 건 없어요.

 

온진욱 메이커님에게 오로카란 어떤 모임인가요?

집 같아요. 모임의 장으로 활동하면서 구성원들이 만들고 싶은 걸 해내는 길로 지원하고 있거든요. 그 결과물이 완성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요. 오픈지그웨어를 교육받은 뒤 나중에 잘 됐다고 학생들에게 연락이 오면 그 또한 보람차고요.

요즘에나 메이커들을 좋게 보지 예전에는 너무 안 좋게만 봤잖아요. (웃음) 돈도 못 벌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다가 못 버티고 떠날 뿐이라며 말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로카는 메이커 문화가 활성화되기 전부터 생겨나서 지속하는 모임이에요. 그만큼 우리 스스로 해낼 발판을 많이 마련했다고 생각하니까 더욱 애착이 많이 가요.

  온진욱 메이커에게는 오픈지그웨어 그리고 오로카와 함께 일구는 성장이 가장 큰 기쁨이다. (사진=장지원)

 

메이커 페어 서울 2019에서는 어떻게 재미나게 부스를 꾸밀지 듣고 싶어요.

그게 고민이에요. 진짜로 여기저기 걸어 다니게 했다가는 사고가 날 우려가 크잖아요. Myo라는 센서를 이용해 참관객 스스로 조종해보는 자리를 만들지도 떠올려봤다만 팔이 얇은 어린이가 하기는 힘들 것 같아 걱정이거든요.

사탕 뽑기 로봇은 인기가 정말 많아서 이번에도 내놓을 생각이고요. (웃음) 헐크버스터를 특히 활용해볼까 해요. 일단은 안무를 다듬어서 춤을 추게 할까 아니면 특정 구간을 앞으로 뒤로 걷게 할까 하는 중이죠. 간혹 보행 여부를 물어보기도 하거든요. 덩치가 작으니 테이블 위에서 걸어 다니면 되니까 그렇게 해볼지 어떻게 할지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온진욱 메이커님의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요?

오픈지그웨어로 이것저것 만들다 보면 제가 도와주는 것 같아도 사실 도움을 많이 받아요. 학생이나 여타 구성원이 만드는 모습을 보고 문제점을 발견할 때마다 소프트웨어를 계속 보완하거든요. 그렇게 이 소프트웨어의 끝을 보고자 해요. 어디 한 번 끝까지 가서 로봇 만들기의 장벽을 확 낮춰 누구라도 손쉽게 사용하는 DLL이 되도록 하고 싶어요.

오픈지그웨어의 콘셉트로 첫 번째는 프로그래밍을 전혀 몰라도 수학만 알면 이를 활용해 로봇을 만들 수 있다는 부분이고요. 두 번째는 오픈지그웨어로 다루지 못할 로봇, 못 만드는 로봇은 없다는 점이에요. 이를 바탕으로 엑셀처럼 복사하기와 붙여넣기만 잘하면 어떤 로봇이든 바로 동작하게끔 제대로 완성하고픈 마음이에요.

 

끝으로 메이커 페어 서울 2019를 찾아올 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그냥 다들 재미있게 즐기고 가면 좋겠어요. 진행하다 보면 간혹 별 것 아니라며 휙 가버리는 분들이 종종 보이거든요. 그런 말이 나오지 않게 최대한 준비할 테니 우와! 하는 감탄사 한마디가 듣고 싶어요. 정말 즐기고 갈 만한 환경으로 만들 생각이니까 즐겁게 놀다 가기를 바라요.

 

글·사진 | 장지원

 

[메이커 인터뷰] 만들고 싶은 걸 만들며 공학의 재미를 알리고파 – Make & Play 만놀

재미난 물건, 재미난 일, 재미난 일상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메이커 페어 서울은 매년 만드는 사람들이 모이는 축제입니다. 메이크 코리아가 만난 축제의 주인공과 작품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가슴 깊은 곳에 무엇인가를 만들고픈 열망을 간직한 어른이, 꿈 많은 청소년과 어린 친구들을 모두 환영합니다.

 

“만들고 싶은 걸 만들며 공학의 재미를 알리고파”

DIY 리듬게임기 등 만든 Make & Play 만놀

 

Make & Play 만놀(이하 만놀)은 참 별의별 특이한 것들을 다 만들었다. 각각 차우차우, 미녁, 만현이라고 불리는 강건욱과 백민혁 그리고 김성현 메이커는 다가오는 메이커 페어 서울 2019에 DIY 리듬게임기, 리그오브레전드 제이스 망치, 스타크래프트 시즈탱크를 비롯해 그간 만놀이 만들고 놀며 쌓아온 결과물들을 총동원할 예정이다. 그래서 만놀은 어쩌다 이런 작품까지 과감히 만들어냈을까? 궁금함을 참을 길이 없어 만놀의 본거지인 대구 신기술산업지원센터까지 찾아가 그들을 만났다.

 왼쪽부터 만놀의 백민혁, 김성현, 강건욱 메이커가 주요 작품을 자랑스럽게 들어 올리고 있다.(사진=장지원)

 

프로젝트 이름이 길어요. ‘키보드 Hacking 등을 이용한 DIY 리듬게임기 제작 및 게임과 영화 소품 DIY’인데 설명을 부탁드려요.

민혁 우리가 메이커 페어 참가는 처음이라서요. 다른 팀들은 보니까 이름을 간결하게 했던데 우리는 어떻게 제목을 정할지를 몰라서 갖고 나올 작품을 쭉 나열했어요. 말 그대로 리듬게임기와 제이스 망치, 시즈탱크처럼 게임에 나오는 기기 혹은 소품을 DIY로 우리가 직접 만들었고 이를 보여드리고 공유하려고 해요.

DIY 리듬게임기는 버튼 배열을 일자로 혹은 십자로 변형도 가능하다. (사진=장지원)

 

DIY 리듬게임기를 펌프와 사운드볼텍스를 선택해 만든 이유가 궁금해요.

민혁 일단 그런 리듬게임은 쉽게 접하기가 어려워요. 왜냐면 대부분이 다 오락실에 있거든요. 그걸 집까지 가져와서 즐기기는 힘들잖아요. 일반적인 게임과 비교해 구조적으로 다르다 보니 만들기도 사실은 쉽지 않아요. 그만큼 보통 조이스틱으로 하는 게임보다는 특출나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만들 수 있으니까 메인 테마로 선택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아직 코딩이나 아두이노를 사용하는 데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하지만 DIY 리듬게임기는 우리가 쓰던 키보드를 개조만 하면 만들 수가 있거든요. 이렇게 새로 만드는 방법이 있다고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코딩 없이 키보드를 개조해 만들기가 어떻게 가능한지 간단히 알려줄 수 있을까요?

민혁 키보드가 있을 때 해당 스위치를 누르면 명령어가 입력되잖아요. 그 자리를 리듬게임 버튼으로 대체했다고 생각하면 돼요.

여기에 덧붙여 설명하자면 네 버튼을 일렬로 두고서 리듬게임도 하지만 버튼의 위치를 바꿔 화살표 키 모양으로 만들어서 다른 아케이드게임도 조작이 가능해요. 버튼 네 개를 이용해서 하는 게임이라면 모두 즐길 수 있다고 보면 되죠.

제이스 망치는 정말이지 크고 아름답다. (사진=장지원)

 

제이스 망치는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었나요?

민혁 리그오브레전드의 챔피언 제이스가 쓰는 망치를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1대1 사이즈로 3D모델링을 할까 했는데요. 하려다 보니 그러기에는 너무 커서 진짜로 인쇄했다가는 약 1년쯤은 걸릴 것 같아 방법을 바꿨거든요. (웃음) 그래서 MDF 합판으로 잘라서 조립하는 형식으로 만들었더니 완성하고 나니 무게가 어마어마해졌어요. 무려 15㎏이나 나가니까요.

그저 외형만 만들지 않고 안쪽에 LED를 넣어서 빛을 낼 수 있게도 했어요. 이렇게 디테일을 더하니 멋있어지더라고요.

 

시즈탱크는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소개해주세요.

성현 시즈탱크는 3D모델링을 통해 모든 부품을 설계하고 인쇄했고요. 이후 내부 모터와 전선 등을 연결하고 아두이노를 이용해 회로를 구성해서 실제로 동작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탈것으로서 운행도 되고요. 시즈모드로 변신해 발사까지 가능하죠.

시즈탱크가 퉁퉁포 모드로 가만히 있대도 방심은 금물이다. (사진=장지원)

 

각 작품을 만들면서 어려움을 느낀 부분은 어디였는지요?

민혁 DIY 리듬게임기는 일반 버튼을 컴퓨터에 연결할 때 전력 문제가 좀 생겼어요. 불이 들어오게 하고도 싶어서 구현해보려 하니 일반 회로에 추가 회로를 따로 만들어야 하는 데에서 힘이 들었고요.

제이스 망치는 일단 어마어마하게 무거운 나머지 연결 부위를 단단하게 만들기가 어렵더라고요. 연결한 부분이 도중에 똑 떨어져 나가서 그 부분을 단단하게 하겠다고 내부를 모두 뜯어내 다시 만드느라고 우여곡절이 많았죠. 무게를 버티는 구조를 재차 설계해서 적용해야 했으니까요. 그래도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변신도 가능하도록 망치 2탄을 고려하고 있어요.

성현 시즈탱크는 3D출력물을 뽑아놓고 후처리하는 과정이 힘들었어요. 3D프린터로 인쇄를 마친 뒤에 옥상에서 라카 칠을 하고 말렸는데 그 날이 실은 한여름이었거든요. 대구의 기온이 너무 높던 거예요. 대프리카라고 하잖아요. 녹더라고요. 부품이 다들 휘어서 난리가 났죠. (웃음) 또 워낙 부품들이 하나같이 큼지막하니까 사포질하는 일도 전 팀원이 다 모여서 작업해야 했고요.

 

정말 희한한 걸 많이 만들었어요.

건욱 전반적으로 백민혁 메이커가 영화 쪽으로, 김성현 메이커는 게임 위주로 만드는 편이에요. 같은 메이커면서 주 관심 분야 또는 주 종목이 다른 셈이죠. 각자 여러 재미난 작품을 만든 차에 전부 들고 갈지도 고민하는 중인데 우선 카트는 너무 덩치가 커서 어렵고요. DIY 리듬게임기와 제이스 망치, 시즈탱크 그리고 아이언맨 아크리액터 등을 위주로 챙겨갈 듯해요.

아이언맨 아크리액터는 휴대전화도 무선으로 3000만큼 충전해준다. (사진=장지원)

 

굳이 이렇게 재미있는 작품을 위주로 만드는 까닭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성현 사실 그 부분은 아마 여기 세 명의 목적이 다 다를 거예요. 물론 공통된 부분이 있어서 함께 모여는 있지만 추구하는 방향이 조금씩은 차이가 있거든요. 저는 공학을 워낙 평소에도 좋아하지만 전 세계 다른 문화권과 비교해 대한민국에서는 공학이 대중화되지 못했다고 느끼거든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공학을 우리 사회에 더 널리 알려서 공학을 여러 사람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대중화를 이끌고 싶어요.

민혁 저는 그냥 만들고 싶은 걸 실제로 만들고자 시작했어요. 쾌락주의적인 말이기는 한데 그냥 제가 원하는 바를 실천하고 싶은 거예요. 연구는 사실 엄밀히 말해 딱딱하잖아요. 무거운 부분은 내려놓고 이걸 만들면 재미있겠다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직접 완성해내는 데 의미가 크다고 봐요. 물론 연구 성과를 보이며 상용화를 시키는 분들도 정말 대단하죠. 하지만 이 또한 이대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건욱 저는 공대생이지만 이 친구들보다 지식은 짧아요. 대신에 만놀이라는 회사를 차렸죠. 제 주위에는 이런 친구들 그리고 친구의 친구들이 많아요. 그들이 자신만의 능력을 뽐낼 수 있는 장을 만들고 그곳에서 수익을 낼 수 있게끔 만들고 싶었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로 돈도 버는 삶을 만들어보고자 해서 만놀을 기획해 함께하고 있죠. 그래서 아두이노 및 3D모델링 교육도 열고 교육용 키트도 개발해 납품하는 중이에요.

 만놀이 개발한 키트는 손으로 끼우는 것만으로 쉽게 완성할 수 있다. (사진=장지원)

 

메이커 페어 서울 2019가 열리는 날 부스는 어떻게 꾸밀 계획인가요?

건욱 우선 사람들에게 이목을 끌려면 리듬게임과 아케이드게임을 앞쪽에 많이 전시하는 편이 좋다고 봐요. 부스에 찾아와서 우리가 만든 게임들을 먼저 즐긴 다음으로 방문한 김에 다른 작품도 들어와서 더 둘러볼 수 있게끔 하려고요. 특히 부피가 큰 제이스 망치와 시즈탱크는 앞쪽에 진열하고 자잘한 것들은 뒤쪽에 둬서 한 바퀴 도는 식으로 하면 어떨까 해요.

성현 그리고 우리가 만든 교육용 키트도 비치해서 관련 체험도 하도록 작은 공간이나마 마련해서 진행할 참이에요.

 

메이커 페어 서울 2019에 등장할 교육용 키트나 그 외 작품으로는 무엇이 있나요?

성현 지금까지 만들기로는 테오얀센로봇이라는 거미처럼 걸어 다니는 로봇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조종하는 RC카인데 집게를 달아서 공을 모는 축구로봇이 있고요. 세상에서 제일 쓸모없는 스위치도 가져갈 거예요. 스위치를 누르면 손가락이 나와서 옆에 있는 스위치를 꺼주는 기계죠. 제가 직접 누르면 되는데. (웃음) 매우 컬트적인 인기를 끌어서 키트로도 만들었어요.

민혁 스마트게이트도 가져가요. 초음파 센서로 물체가 가까이 오면 이를 인식하는 주차차단기 같은 기기인데요. 도트매트릭스가 있어 이모티콘으로 표정을 표현할 수도 있어요. 끝으로 오또봇은 현재 개발 중인 오픈소스고요. 그것도 우리가 비용을 저렴하게 만들어서 납품할 수 있게끔 할 계획이에요.

건욱 교육용 키트라 하면 사실 흔하잖아요. 그렇지만 이 친구들이 개발을 잘한 이유가 뭐냐면 본드나 접착제를 하나도 쓰지 않고 나사도 최소한으로 사용해 결합할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어린이들도 쉽게 그리고 친환경적으로 완성할 수가 있죠.

그리고 우리가 8월 말과 9월 초 사이 열린 대한민국 융합 해커톤 대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상을 받았어요. 그 상을 안겨준 작품이 ‘희망이’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치매 예측 및 분석 로봇이거든요. 말 그대로 사용자가 로봇과 이야기를 나누면 대화한 내용을 분석해 치매가 있는지 없는지를 진단하고 예측하는 로봇이에요. 그것도 들고 나가면 어떨까 하고 있어요.

 다음에 또 어떤 재미있는 것을 만들지 만놀 3인방의 토론은 계속된다. (사진=장지원)

 

앞으로 만놀을 찾아줄 많은 분께 하고 싶은 말을 전해주세요.

일동 우리의 큰 모토는 그냥 “만들고 놀자”예요. 우리가 만든 걸 같이 가지고 놀며 즐기자는 의미거든요. 초심자에게는 재미를, 메이커에게는 색다른 시야를 보여주는 만놀이 되면 좋겠어요. 그렇게 콘셉트를 잡아서 보여드릴 테니 많이 놀러 와주세요.

 

글·사진 | 장지원

[메이커 인터뷰] 머신러닝, 동키카로 다 같이 쉽고 재미있게 즐겨요 – 동키카 특별전시 여는 나우썸 이성훈 메이커

재미난 물건, 재미난 일, 재미난 일상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메이커 페어 서울은 매년 만드는 사람들이 모이는 축제입니다. 메이크 코리아가 만난 축제의 주인공과 작품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가슴 깊은 곳에 무엇인가를 만들고픈 열망을 간직한 어른이, 꿈 많은 청소년과 어린 친구들을 모두 환영합니다.

 

“머신러닝, 동키카로 다 같이 쉽고 재미있게 즐겨요”

동키카 특별전시 여는 나우썸 이성훈 메이커

 

동키카(Donkey Car)란 RC카에 라즈베리파이와 카메라를 연결해 영상을 녹화하며 먼저 주행한 후 머신러닝을 거쳐 경로를 학습해 길을 스스로 찾아가는 자동차를 뜻한다. 즉 사람이 먼저 조종해서 길을 익히게 하면 동키카가 앞서 사람과 달린 도로주행 패턴을 바탕으로 자율주행하는 것이다.

이 동키카에 푹 빠진 나머지 스스로 커뮤니티도 구축하고 동키카를 이용해 머신러닝 교육까지 시작한 메이커가 있다. 심지어 메이커 페어 서울 2019에서는 동키카를 직접 보고 만지면서 함께 달리는 특별전시도 마련할 계획이다. 나우썸의 대표이기도 한 이성훈 메이커를 만나 동키카가 우리나라에 상륙해 힘차게 달려온 이야기를 들었다.

이성훈 메이커가 트랙 위에 앉아 동키카를 꼭 끌어안고 있다. (사진=장지원)

 

동키카라는 이름은 무슨 뜻인가요? 동키라 하면 당나귀 아닌지요?

당나귀가 맞아요. 처음 만들어질 때 왜 동키라고 했냐면 우선은 어린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친근해서고요. 그리고 때때로 혹은 많은 빈도로 주인의 말을 잘 안 들어서래요. (웃음) 좋은 데이터가 들어가야 주행을 잘 할 수가 있는데 불순물 같은 정보가 끼어들면 거기서 이상한 판단을 내리고 마는 거죠. 그런 연유로 이름을 동키카라고 재미있게 지었더라고요.

 

동키카에 매력을 느낀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람의 조종 없이 달리는 자동차라고 해도 도로의 일정한 선을 그저 센서로 인식해서 달리는 경우라면 머신러닝이 필요도 없을 거예요. 재미도 떨어질 테고요.

길 따라가기를 조금 어려운 방법으로 하는 자동차지만 동키카를 다루다 보면 인공지능에 학습을 시키고 학습한 규칙에 따라 달리게끔 하는 행위를 실제로 해볼 수 있거든요. 머신러닝을 이토록 피지컬하게 체험해볼 툴이 많지 않아요. 있더라도 사람들이 좋아할 만하기에는 다소 부족하거나 너무 추상적이어서 이해가 어렵죠. 반면 동키카로는 어린이건 어른이건 머신러닝을 직접 만져보며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하며 경험하기가 가능해요.

이 동키카는 머신러닝으로 교통통제 콘도 쉽게 피할 수 있을까? (사진=장지원)

 

동키카가 주행할 길을 학습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요?

라즈베리파이와 카메라가 학습에서 핵심 부품인데요. 이들의 역할은 주행데이터를 기록하는 거예요. 주행데이터는 160×120에 초당 20프레임의 화면으로 남기는 화상데이터 그리고 화상이 찍히는 시점에서 앞·뒷바퀴의 상태거든요. 이를 소수점 아래 숫자까지 담아서 데이터를 서로 매치시키는 거예요.

한편 라즈베리파이 자체가 머신러닝을 돌리기에는 크기가 너무 작거든요. 대신에 수집한 데이터는 컴퓨터로 넘겨 거기에서 학습을 시켜요. 빠른 노트북이나 데스크톱을 사용해도 20여 바퀴를 돌린 10분 남짓한 주행데이터를 가르치는 데 네다섯 시간은 걸려요. 용량도 20㎆ 정도밖에 안 되지만 머신러닝으로 돌릴 때는 프레임마다 특징을 찾아내고 특징에 따른 확률도 추출하기 때문이에요. 전체적으로 하나하나 일일이 도출해내는 데 오래 걸리니 데이터를 학습하는 총 시간도 길어지는 셈이죠.

 

학습을 위한 조종은 무엇으로 어떻게 써서 하는지요?

조종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대표적으로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 와이파이로 연결되는 디바이스라면 다 리모콘으로 활용할 수 있거든요. 블루투스로 연결해 플레이스테이션 컨트롤러로도 가능하고 몇만 원짜리 부품이 붙어야 하나 기존의 RC카 컨트롤러 역시 이용해도 되고요. 메이커 페어 현장에서는 아마 스마트폰이나 게임기 컨트롤러를 주로 사용하려 해요.

스마트폰과 노트북으로 동키카를 조종하고 달려온 경로 역시 확인한다. (사진=장지원)

 

동키카를 언제부터 만들기 시작했나요?

미국에서도 동키카가 처음 만들어지기는 2016년 12월로 매우 최근의 일이에요. 머신러닝 자체가 활발하게 진행되던 시기에 시작했고 안정화된 버전이 나온 시기는 2017년 상반기 무렵이었죠. 이후 일본이나 대만에서도 동키카를 만들어보는 움직임이 있었고요.

한편 우리는 작년 10월경부터 동키카를 준비했어요. 해보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국내에서는 먼저 시도하던 분들이 없더라고요. 왜 안 할까? 나라도 해보자! 그랬는데 안 하던 이유가 있었어요. 당시에만 해도 정확한 설명서도 없이 한창 업그레이드되던 때라 하라는 대로 했는데도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부품을 중간중간 모아서 조립까지는 해도 소프트웨어 세팅에 너무도 손이 갔고요. 그러다 보니 고생하다가 손 놓고 안 하나보다 짐작했죠. 하지만 계속하다 보면 삽질도 하는 맛이 있잖아요. 끝까지 삽질하다 보니 어쩌다 됐어요.

 

커뮤니티마저 운영하기로 한 계기도 궁금해요.

나 혼자서는 사실 할 일이 너무 많더라고요. 여럿이 아니라 혼자니까 물론 너무 심심했고요. 미국에서는 동키카에다 카메라를 하나 말고 두 개나 단다든지 라즈베리파이가 아닌 젯슨나노를 쓴다든지 여러 가지로 업그레이드해보며 커뮤니티를 활발히 여는데 말이죠. 그래서 저도 우리나라에서 모임을 열었어요.

첫 번째 모임은 동키카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꾸몄고요. 두 번째 모임은 부품을 조립해 시험주행까지도 했어요. 현재는 번개모임까지 총 네 차례 했다고 보면 돼요. 스무 명쯤 와서 같이 하는데 열 명은 처음으로 만들기에 같이 참여한 분이었고 열 명은 이전에 당신이 이전에 만든 자동차를 가져왔어요. RC카 전문가도 여럿 있어서 재미나게 조립하고 테스트하고 시험주행까지 달렸죠.

혼자보다는 같이 만들 때 동키카의 매력에 더 깊이 빠져들 수 있다. (사진=장지원)

 

동키카를 이용해 머신러닝을 가르치는 일의 의의는 무엇일까요?

머신러닝을 책이나 영상만 보고서 이해하는 분은 많지 않아요. 개념 자체가 추상적이기 때문에 입문교육에서 이를 쉽게 가르치겠다고 하는데도 와 닿지가 않고 어렵다고만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동키카를 활용하면서 머신러닝을 더 쉽게 가르치는 방법을 커리큘럼으로 짜서 공유할 수 있도록 달라졌어요.

사실 머신러닝은 꼭 특정 산업에서나 특정 컴퓨터 사이언스를 공부하는 데서만 쓰이지는 않아요. 나중에 언젠가는 모두가 머신러닝을 엑셀처럼 쓸 날이 올 거예요. 그러니 머신러닝이란 무엇인지 내용쯤은 알아두면 좋겠죠. 그렇기에 앞으로도 머신러닝 교육에 동키카를 활용해서 쉽게 보급하는 일을 하고자 해요.

 

이성훈 메이커님에게 동키카란?

동키 같지 않은 동키예요. 동키카가 제대로 말을 안 듣고 이상한 짓을 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똑똑하고도 재미있는 녀석인 덕분에 제게 재미있는 일들을 굉장히 많이 만들어줬거든요. 이제는 머신러닝 교육을 열려고 할 때 사람들이 동키카로 먼저 저를 찾아주기도 하니까요. 머신러닝을 잘 이해시켜보고자 하던 계획이 동키카를 매개로 잘 맞아떨어졌죠.

이성훈 메이커가 동키카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장지원)

 

메이커 페어 서울 2019에서 특별전시를 여는데 어떤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나요?

이번 메이커 페어를 통해 동키카를 대대적으로 널리 알리고 싶어요. 우선 메이커 세미나에서 우리가 첫 순서로 들어가는데 거기서 제대로 광고하려고요. 동키카는 무엇이며 머신러닝을 이용한 만들기가 별로 어렵지 않으니 레이싱에 참가를 부탁드린다고요.

동키카 레이싱은 동키카 커뮤니티에서 온 메이커들도 참여하지만 맨손으로 찾아온 관람객이 참여할 레이싱이 세부종목으로 또 있거든요. 이렇듯 누구든지 현장에 찾아오면 레이싱에 참가할 수 있게 도울 참이에요.

가족 단위로 온 어린이를 위해서는 태양광으로 움직이는 미니동키카 만들기 체험도 열 계획이고요. 이밖에도 동키카 레이싱 우승자를 맞히는 토토도 여는 등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고 참여하면 뭐라도 가져갈 기회를 만들어드리고자 해요. 1등을 한다고 엄청 비싼 상품을 받아갈 수는 없겠지만 (웃음) 그래도 최대한 가족 단위로 푸짐하게 얻어갈 상품을 생각하고 있으니까 많이들 찾아오면 좋겠어요.

 

동키카 레이싱을 어떤 규칙으로 운영할지를 좀 더 듣고 싶어요.

최근 미국에 있는 커뮤니티에서 정한 규칙이 있어요. 우리도 그에 맞춰 할 생각은 있는데 기본적으로 메인은 기록경기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재미있는 이벤트 정도를 생각하고 있거든요.

먼저 기록경기는 세 바퀴를 돈 합산기록을 겨루는 경기예요. 여기서 기록은 머신러닝으로 달리는 기록이고요. 또 깨끗한 표준 트랙에서만 하지 않고 교통통제 콘도 무작위로 서너 개쯤 배치할 거예요. 이를 어떻게 잘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오겠죠. 대회 방식을 리그로 할지 토너먼트로 할지는 고민 중인데요. 둘 중 무엇이건 보는 사람에게 재미를 주기가 가장 큰 목적이에요. (웃음)

얼마 전 해외에서는 어른이 머신러닝으로, 초등학생이 RC카로 조종해서 하는 레이싱을 번외경기로 한 적도 있어요. 올 메이커 페어에도 가족 단위로 많이 올 테니까 재미요소 중 하나로써 우리도 살짝 고려해보려고요.

동키카가 시험주행 중인 모습이다. 메이커 페어에서는 이보다 4배 큰 표준 트랙에서 달린다. (사진=장지원)

 

동키카가 잘 달려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동키카는 머신러닝의 기본을 그대로 따른다고 보면 돼요. 머신러닝이 좋은 규칙을 찾으려면 일단 좋은 데이터가 들어가야 하거든요. 즉 올바른 차선으로 주행하며 데이터를 잘 쌓기가 제일 중요하죠. 거기서 빠르게 달릴 필요는 전혀 없어요. 좋은 데이터를 넣지 못하면 나중에 진짜 동키카가 동키짓을 하거든요. (웃음)

실제 기록을 잴 때도 정확하게 달리는 데에 가중치를 줄 거예요. 좋은 데이터를 넣기 위해 차선 위로 최대한 정확하게 달려야 한다, 정확하게 달리지 않은 데이터라면 걷어내야 한다 등을 현장에서 경험하도록 도울 거거든요. 정말 깊이 있게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머신러닝이 돌아가는 프로세스를 두 눈으로 보고서 별 게 아니라고는 느끼게 해줄 생각이에요.

 

향후 동키카와 관련해서 펼칠 계획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이번에 동키카도 메이커 문화 확산 사업으로 정부에 지원을 받아서 우리 스스로 동키카 레이싱 대회를 두어 번 더 진행할 계획이에요. 무조건 재미있어야 해요. 모여서 놀자는 게 우리 모토니까 신나고 재미나게 준비할게요.

이성훈 메이커는 지금 이 순간에도 동키카의 매력을 어필하고자 분주하다. (사진=장지원)

 

 

글·사진 | 장지원

[메이커 인터뷰] 자연스럽게 온 가족이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우주 – 신이나네 메이킹 멀티버스 신택수, 이정훈, 신예원, 신예린 메이커

재미난 물건, 재미난 일, 재미난 일상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메이커 페어 서울은 매년 만드는 사람들이 모이는 축제입니다. 메이크 코리아가 만난 축제의 주인공과 작품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가슴 깊은 곳에 무엇인가를 만들고픈 열망을 간직한 어른이, 꿈 많은 청소년과 어린 친구들을 모두 환영합니다.

 

“자연스럽게 온 가족이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우주”

신이나네 메이킹 멀티버스 신택수, 이정훈, 신예원, 신예린 메이커

 

신이나네 메이킹 멀티버스는 아빠 신택수, 엄마 이정훈, 큰딸 신예원, 작은딸 신예린으로 구성돼 만들기를 온 가족의 공통 취미로써 즐기고 있다. 부모의 욕심으로 자녀를 끌고 가는 조기교육의 방식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두 딸이 무심코 아이디어를 던져주고 부모가 이를 실제로 구현할 답을 찾으려 골몰하는 형태다. 이들에게 만들기는 가르치고 배우는 개념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가지고 노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만들고 또 만든 결과 1유니버스에서 4유니버스까지 무려 멀티버스를 구축했을 정도가 됐다. 신이나네 가족이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만드느라 그랬는지 아빠와 큰딸을 만나 독특한 가정사를 들었다.

아빠 신택수 그리고 큰딸 신예원 메이커가 멀티버스의 히어로를 들고 웃음 짓고 있다. (사진=장지원)

 

멀티버스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가 먼저 궁금해요.

이렇게나 여러 가지를 처음부터 의도하고 만들지는 않았어요. 각 관심사가 자연스럽게 우연이든 필연이든 겹쳐 하나씩 더 만들면서 경험하다 보니까 이 연결고리를 표현할 낱말을 택해야겠더라고요. 마침 최근에 워낙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인기고 거기에 나오는 평행우주 혹은 멀티버스라는 이름이 익숙해졌잖아요. 우리가 하는 만들기에도 절묘하게 우주마다 고도화할 거리가 보여서 멀티버스라 칭했어요.

 

어떻게 온 가족이 만들 생각을 했는지도 듣고 싶어요.

저도 아내도 부모로서 항상 고민한 부분이 있었어요. 웬만하면 취미가 온 가족과 연계되는 활동이면 좋겠다는 말이었거든요. 음악이든 운동이든 제가 그걸 하면 아이들과도 같이 하고 싶었는데 연결고리를 만들기가 기대보다는 쉽지 않더라고요. 다행히 접점을 찾아가다 보니 메이커의 방향으로 모여서 멀티버스까지 만든 거고요. 그 출발점은 큰딸이 물고기를 대뜸 가져와 키워달라 해서 시작한 1유니버스 스마트어항이었어요.

왼쪽에서 오른쪽 순으로 스마트어항의 먹이통은 발전을 거듭했다. (사진=장지원)

 

1유니버스 스마트어항은 어떻게 문을 열었나요?

예전에는 어항에도 물고기 키우기에도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큰딸이 2016년 겨울엔가 방과후수업이 끝나고 딱 가져와서는 키워달라는 거예요. 이를 계기로 시작하면서 일종의 실험들을 막 해봤죠. 먹이 주기 관리와 조명 관리에다 수질 측정 등등이요.

먹이통은 서보모터를 이용해 어떻게 주기적으로 조금씩 사료를 떨어뜨려서 밥을 주면 좋을지 생각하며 계속 바꿔 나갔어요. 최근 먹이통도 안정되게 쓰고는 있었는데 중력을 이용해서만 떨어뜨리니 한계가 있더라고요. 주변 습도가 높으니 알갱이끼리 들러붙는 바람에 가운데 부분만 안 뭉쳐지고서 찔끔 떨어질 뿐이었어요. 고민하던 중 TV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에서 본 맷돌에 착안해서 뭉쳐지고 굳어지는 일이 없게끔 틈틈이 돌려서 흔들어두면 좋겠다 해서 만든 게 지금 오른쪽 끝 작품이고요.

조명은 어항 속 수초가 잘 자라려면 그에 알맞게 필요한 빛의 파장이 있다는 점을 배워서 적용했어요. 적색, 청색, 흰색 LED를 조화롭게 쬐어 마치 자연 태양광처럼 빛을 줘야만 수초가 자라고 광합성도 유도할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만들었고요. 수질을 점검하고자 산성과 알칼리성을 비롯해 온도 및 점도 역시 측정하는 센서를 이용해서 종합적으로 물 상태를 살펴봐요.

어항방송은 월~금 낮 12시~4시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만날 수 있다.

 

실시간 스마트어항 방송도 있다고 들었어요.

이걸 만들어놓으면서 아이들은 학교에 다녀와 집에서 쭉 어항을 보는데 저로서는 거의 회사에만 있으니까 왠지 갈증이 생겼어요. 어항 관련 취미 중 하나가 어항만 보면서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는 게 있거든요. ‘물멍’이라고 해서 일종의 힐링 개념으로 좋아하는 거예요. 그런데 저는 하고 싶어도 물리적인 시간상 어려우니까요.

거기에 동기부여가 돼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어항방송을 시작했어요. 수초를 관리하고자 조명을 네 시간 전후로 쬐는데 그 시간 동안 어항방송도 같이 켜는 거죠. 그래서 점심 무렵인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방송하면 저는 회사 모니터에 모니터 어항처럼 띄워놓고 보면서 일해요.

여기에 우리 가족의 또 다른 취미로 각자 배운 악기를 합주하는 시간이 있는데요. 이를 녹음해놔도 접목할 분야가 어디 있을까 고민했는데 어항방송에 배경음악으로 깔아주니까 나쁘지 않더라고요. (웃음) 이제는 우리 새로운 노래를 연습해서 바꿔볼까 하면서 함께 연주하는 취미를 더 즐기고 있어요.

2유니버스의 대표작 ㅋㅋ루돌프 그리고 다람쥐 온·습도계 (사진=장지원)

 

2유니버스 LED아트도 설명을 부탁드려요.

우리는 아이들의 관심사,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디자인해요. LED아트도 그냥 다 같이 놀고 있다가 서로 문득 떠올라서 나왔거든요. 벽에 걸 장식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는데 큰딸이 종이에 초안을 그려서 던져준 거예요. 그게 바로 뿔 모양이 ㅋ인 ㅋㅋ루돌프였고요. 이렇게 한글 초성을 활용한 작품이 나오니 재미있어서 그대로 LED스트립을 붙여서 만들었죠.

다람쥐는 작은딸이 그려줬어요. 둘이서 자유롭게 기린도 그리고 여러 가지를 더 색칠했다가 그중 괜찮은 녀석이 다람쥐 같아서 가져다 썼죠. 왜냐면 제가 이전에 온·습도계를 LED로 응용해 표현하고 싶다며 생각하는 중이었는데 이를 다람쥐 그림에 적용하면 참 좋겠더라고요. 그래서 각 센서로 정보를 확인하면 습도는 꼬리 쪽 색깔로, 온도는 몸통 쪽 색깔로 표현되는 식으로 덧붙였어요.

1~4유니버스를 잇는 연결고리는 이토록 복잡하고도 오묘하다. (이미지=신이나네)

 

3유니버스는 아두이노 응용/호환, 4유니버스는 새로운 신이나네 콜라보라 이름 붙였어요.

아두이노 응용/호환은 아직 아이들에게 깊이 있게 알려주지는 못했어요. 제 입장으로 아두이노를 계속 쓰고 배우다 보니까 당연히 이를 더 응용하며 서로 호환되게 만들어보고자 하는 욕구가 있어 3유니버스라 설정한 거거든요.

요새는 아이들도 학교에서 체험 형태로 드론도 날리고 3D프린터도 사용해보고 있어요. 그래서 언젠가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접한 경험에다 관심이 더 커지면 아두이노 쪽도 설명해주고 싶거든요. 이런 차원에서 아두이노를 이용해 드론을 만드는 과정 등을 정리해둔 거예요.

이어지는 4유니버스는 사실 우리도 정확히 예측할 수가 없어요. 우리는 뚜렷한 목표나 계획을 세워서 이걸 만들 거야 하는 대신에 이것저것을 그냥 엮다가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실제 실험으로 구현해보는 스타일이라서요. 모양이 나오면 보여드릴 수 있을 듯하니 이처럼 미지의 4유니버스로 남겼어요.

 

4유니버스 이후의 흐름은 어떻게 될까 궁금해요.

이와 관련해 작년에도 했지만 올해도 세미나 발표는 한 번 할 거예요. 제목은 ‘흐름과 축적’이라 달아서요. 문화적 차이를 설명할 때에도 나오는 개념이지만 제게는 메이커 문화나 운동에 두 가지 특성이 다 있어 보이거든요. 어떤 다른 만들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지는 흐름의 방면에서, 어떤 기술과 작품이 점차 쌓였는지는 축적의 측면에서요.

우리는 뭔가 하나를 만들었다고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더 좋은 아이디어가 들어가면 좋겠고 그래서 더 나아지면 좋겠다고 하면서 흐름과 축적의 맥락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그 부분을 앞으로 말씀도 드리고서 더 실천하면서 멀티버스를 확장해 나아갈 거예요. 정확히 무슨 형태로 나올지는 우리로서도 가봐야 알겠지만요. (웃음)

아빠와 큰딸이 동등한 입장에서 작품의 발전 방향을 토론하고 있다. (사진=장지원)

 

가족이 함께 만들 때 도구나 장비는 어떻게 이용하고 있나요?

요새는 3D프린터의 가격 자체가 워낙 내려갔잖아요. 작년까지는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어도 제가 회사에 다시 가서 당시 창의랩에 있던 공용 3D프린터로 출력해 쓰느라 물리적으로 조금 제약이 있었거든요. 그 이후 저렴하게나마 집에 한 대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조립식으로 구매하고 여러 펌웨어를 업그레이드해서 쓰는 중이에요. 이처럼 여건을 만들어놓으니까 집에서 그때그때 하나하나 뽑으며 해볼 수 있게 됐죠.

 

가족 메이커로서 만들기를 대하는 생각이 남다를 듯도 해요. 어떤가요?

아직 정답은 모르지만 무엇보다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큰딸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초등학교 4학년생부터 IT 관련 교육을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 생각에는 너무 선행학습 같아서 그렇게까지 제가 일부러 시키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너무 학문적으로만 파고들면 안 그래도 교과과정에서 하는 게 많은데 이것까지 하자니 거부감이 들 수 있으니까요.

저는 그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익히고 스스로 한 걸음 더 나아가 응용하고 싶을 때 제가 그에 맞춰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려 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저 같은 엔지니어뿐 아니라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메이커 운동은 관심사에 따르는 취미로써 그리고 자연스럽게 손에 쥔 도구로써 소양을 키워주는 활동이라고 봐서요.

만들기는 저로서도 재교육을 받을 기회예요. 기존의 엔지니어 업무만 해서는 보지 못하는 그림을 우리 가족이 함께 만들면서는 눈을 뜨곤 하거든요. 아이들에게는 더 재미있게 가볍게 터치하면서 색다른 길을 열어주고요. 공학을 전공하지 않고 문과나 예체능을 가더라도 해당 분야에서 만일 필요하면 가져다 쓸 수 있잖아요. 이런 식으로 메이커 활동이 아이디어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촉매가 되리라고 봐요. 저는 옆에서 경험을 도우며 연결고리를 이어주고 싶고요.

신이나네 가족에게 만들기는 가족이 함께하기에 더 재미있고 행복하다. (사진=장지원)

 

메이커 페어 서울 2019에서 부스는 어떻게 꾸며 운영하고 싶은가요?

작년에 참가했을 당시에는 스스로 체계적이지 못해서 아쉬움이 컸어요. 찾아오는 분들에게 이 많은 내용을 일일이 말로 설명하려다 보니까 온전히 전달하기가 쉽지 않았죠. 제가 부스를 지키며 알려드리기에 바쁘다 보니 다른 분의 작품을 구경할 시간도 못 냈고요. 이번에는 영상이나 사진 등 자료화면을 보여주면서 더 간결하게 전달하는 형태로 개선하고자 작업 중이에요. 그렇게 시간을 조금이라도 확보해서 저도 여러 부스를 둘러보며 영감을 받으려고요.

지난해에는 재미있던 사례도 하나 있었어요. 아버님 한 분이 오더니 좋은 생각이 있다며 “결혼기념일 서프라이즈 용도로 케이크 가운데 아래에 리프트 장치를 두고 버튼을 누르면 반지가 올라오는 기기”를 얘기하더라고요. 그 말에 서보모터 말고 이런 기구는 어떨까 하며 기술적인 관점으로 그 자리에서 대화를 더 나눴거든요. 그것도 매우 좋았어요. 이같이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할 기회도 많이 얻기를 바라요. 학부모님들과도 여러 얘기를 나누면 좋겠어요.

 

끝으로 신이나네 메이킹 멀티버스를 홍보하는 한마디는 예원 양이 해주겠어요?

아빠가 엄청 열심히 연구해서 만든 거니까 많이 와주세요. (웃음)

 

글·사진 | 장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