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 탕진 프로젝트는 2018년에도 계속됩니다.”

올해 ‘또’ 메이커 페어 베이에어리어 & 도쿄로 떠나는
전다은 메이커를 만나다.

2017년 3월의 어느 날, 제 스스로 전 재산을 탕진하겠다며 돌연 비행기에 오른 이가 있다. “2016년 미국 베이에어리어 메이커 페어에서 느낀 놀라움과 호기심을 도저히 주체할 수 없어서”였다고. 3D 프린터로 심플애니멀즈를 만드는 전다은 메이커의 이야기다. 그는 지난해 205일 동안 ‘전 재산 탕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뉴캐슬, 오스틴, 베이에어리어, 파리, 바르셀로나, 낭트, 하노버, 아인트호벤, 뉴욕, 피츠버그, 서울 그리고 선전에서 열린 메이커 페어를 섭렵했다. 중간에 여행차 방문한 곳들까지 합하면 무려 11개국 36개 도시다.

전다은 메이커의 재산 탕진은 그로부터 한 해가 바뀐 2018년에도 계속된다. 올해에는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면서도 5월에 베이에어리어, 8월에 도쿄로 메이커 페어를 즐기고자 떠날 계획이다. 전다은 메이커를 만나 지난해의 소회와 그곳에서 닿은 인연 그리고 올해 기대하는 바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전다은 메이커가 지난해 ‘전재산 탕진 프로젝트’의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다은 메이커가 지난해 ‘전재산 탕진 프로젝트’의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여행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냥 한마디로 하자면 ‘AWESOME’이나 ‘AMAZING’ 정도라고 생각해요. 진짜 저는 2017년에 돈 잘 썼고 시간도 잘 보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 인생에 절대 잊지 못할 가장 큰 이벤트를 만들었습니다.

페어마다 느낀 고유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사실은 미국이 워낙 오래됐고 참여한 사람도 많다 보니까 규모 면에서나 다양성 면에서야 가장 커요. 미국은 약간 ‘AMERICA!!!’ ‘ROBOT!!!’ 하면서 뭐랄까 미국식 스케일을 강조하는 면이 강했거든요. 그리고 주(state)별로도 또 달랐어요. 오스틴이나 피츠버그는 동네 사람들이 많이 놀러 오는 잔치 같았죠. 반면 유럽은 크래프트 문화에서 나온 고풍스럽거나 희한한 작품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전 세계를 돌며 모은 메이커 페어 이름표

전 세계를 돌며 모은 메이커 페어 이름표

세계 메이커 페어를 다니며 모은 컬렉션 중에는 ‘Maker of Merit’ 또는 ‘Editor’s Choice’ 리본도 있다.

세계 메이커 페어를 다니며 모은 컬렉션 중에는 ‘Maker of Merit’ 또는 ‘Editor’s Choice’ 리본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페어는 어디였는지 궁금해요.

제일 재미있었던 곳은 프랑스 낭트였어요. 낭트에 있었던 작품들이 다들 되게 저한테는 문화충격이었어요. 단순히 작품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작품과 인간의 퍼포먼스까지 전시형태로 녹여내는 거예요. 작품과 사람이 소통해야 하죠. ‘이걸 대체 왜 만들었을까? 이게 뭘까?’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이 참 많았는데 불어로만 적혀 있어 난해하기는 했어요. (웃음)

프랑스가 철학과 예술이 강하다고 하잖아요. 말 그대로 낭트에서 봤던 기구적인 작품들은 철로 돼 있지만 차갑지 않고 낭만적이며 우아한 기계였어요.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도 다시 가보고 싶은 페어도 여기, 낭트입니다.

낭트에서 특히 어떤 작품들이 인상적이었나요?

높이 13m에 50t이 넘는 거대 로봇 코끼리도 대단했고 반대로 어른을 여섯 명이나 수용하는 초소형 버스도 재미있었는데요. 제일 반했던 건 움직이는 바였어요. 바에 탔더니 진짜 샴페인을 줬고 맨 뒤에 탄 분은 라이브로 계속 노래를 불러줬어요. 저러고 행사장을 돌아다닌 거예요. 나중에 절 찍은 영상을 봤는데 제가 봐도 너무 행복해 보이는 거 있죠? 날씨 좋고, 술 주잖아요, 뒤에서 노래 불러주잖아요. 어떻게 안 웃을 수가 있어요?

낭트에서 만난 움직이는 바는 전다은 메이커를 가장 매료시켰다. (사진=전다은)

낭트에서 만난 움직이는 바는 전다은 메이커를 가장 매료시켰다. (사진=전다은)

앞서 퍼포먼스를 말한 것처럼 작품을 단순히 보는 게 아니라 참가자가 같이 뭘 해야 되는 게 많았어요. 부채질하는 의자도 보면 참가자 둘을 받아서 한 사람은 눕고 한 사람은 반대편에서 부채를 부쳐주게 했어요.

인력 놀이기구도 많았어요.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미니 자전거들이 작은 도시에서 레일을 따라 경주하는 기구, 누군가의 아빠가 직접 손잡이를 돌려 움직이는 아이 여덟 명이 탄 관람차, 펌프질해서 어른 여덟 명이 탄 비행기를 돌리는 놀이기구도 있었죠. 너무 재미있었어요. 기구에 탄 어린이들도 돌리는 어른들도 모두요. 단순히 전기로 돌리는 거였으면 이렇게 재미있지는 않았을 거예요.

누군가의 아빠가 직접 손으로 돌려 움직이는 놀이기구들 (사진=전다은)

누군가의 아빠가 직접 손으로 돌려 움직이는 놀이기구들 (사진=전다은)

누군가의 아빠가 직접 손으로 돌려 움직이는 놀이기구들 (사진=전다은)

해외에서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맺은 분들이 있나요? 어떻게 만났는지도 듣고 싶어요.

먼저 제가 싱기버스, 핀쉐이프, 마이미니팩토리, 컬츠 등 3D 모델링을 공유하는 사이트가 꽤 많아요. 처음에 거기다가 무작정 메일을 보냈어요. “나는 너희 사이트에 이런 거 올리는 사람이야. 나 여행 중인데 너희 도시에 가. 우리 만날래?” 하고 끝, 밑도 끝도 없이요.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만날까 했더니 너무 쉽게 회사에 놀러 오라고 답장을 받았어요. 제가 꾸준히 공유했던 활동들이 있으니까 최소한 이상한 애는 아니라고 생각한 거겠죠. (웃음)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세상이 이런 건가 싶어 너무 재미있고 신기했어요.

그랬더니 이제는 반대로 제가 외국에서 만난 친구들이 한국에 방문해주고 있어요. 여행하고 돌아온 지 1년도 안 됐는데 벌써 중국에서 만난 멕시코 친구들도 독일에서 만난 친구도 한국에 방문했죠. ‘내가 작년에 여행하면서 나 같은 사람을 만났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말 이러다 만난 친구들이 다 한국에 오면 어떻게 다 밥을 사주지? 내가 돈을 많이 벌어놔야겠네.’ 생각하고 있습니다. (웃음)

전다은 메이커는 메이커 페어 때마다의 추억들을 하나하나 인화해 간직하고 있다.

전다은 메이커는 메이커 페어 때마다의 추억들을 하나하나 인화해 간직하고 있다.

만난 인연 중 특별한 사연이 있는 분들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여행 초반에 만난 사라라는 친구가 티셔츠에 핸드드로잉으로 심플애니멀즈를 그려줬어요. 이 티셔츠를 입고 제가 참여한 모든 메이커 페어에 돌아다녔죠. 그리고 미국에서 만난 토미는 부직포로 심플애니멀즈 모양을 그려서 커터로 자른 다음 다림질해서 붙인 티셔츠를 한국으로 보내줬어요. 일부러 저의 각진 디자인 스타일대로 만들어 보내준 거예요. 메이커를 만나니까 선물도 직접 메이킹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을 받으니 기분이 너무 좋아요. 오늘 인터뷰를 위해 선물 받은 이 티셔츠를 일부러 입고 왔어요. (웃음)

하노버에서 만난 라이너 아저씨도 있어요. 저한테 와서는 “내가 한국에 가봤다”는 거예요. 그러고는 20년 전에 덕수궁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줬죠. 갑자기 소름이 막 돋았어요. 사진 구석에 보이는 꼬마가 어쩌면 저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아저씨는 “이때 한국 사람들이 자기한테 너무 잘해줬다”고 “그때 받은 호의를 너한테 돌려줘야겠다”면서 메이커 페어가 끝난 다음 날 온종일 저를 데리고 구경시켜주고 술 사주고 밥 사주고 다 해주셨어요.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제가 크리스마스 편지랑 선물을 보내면서 ‘꼭 한국에 다시 와주세요, 받은 호의를 다시 갚고 20년이 지난 서울을 보여주고 싶어요’라고 썼죠.

전다은 메이커가 해외 메이커 페어의 간판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가 입은 티셔츠가 바로 미국 친구 토미가 만들어준 티셔츠다.

전다은 메이커가 해외 메이커 페어의 간판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가 입은 티셔츠가 바로 미국 친구 토미가 만들어준 티셔츠다.

2018년에는 어디 어디로 갈 계획이신가요?

올해는 5월에 베이에어리어를 다시 가고 8월에는 처음으로 도쿄를 가려고요. 딱 두 군데만 갈 거예요. 왜냐면 작년에 탕진해서 없으니까요. 또 열심히 나가고는 싶지만, 올해는 약간 쉬면서 작년에 여행했던 이야기를 책으로 내고 싶어서 여행 중에 일기 형식으로 썼던 글들을 정리하고 있거든요.

이렇게 다듬으면서 에너지도 충전하고 돈도 다시 모으려고요. 그래서 2차 탕진은 언제 할 거냐고들 물으면 이렇게 답해요. “뭐가 모여야 탕진을 할 것 같다”고. (웃음) 탕진도 쉽지 않아요.

전다은 메이커는 전재산 탕진 프로젝트 중 사라가 직접 그려준 티셔츠를 입고서 페어를 활보했다. (사진=전다은)

전다은 메이커는 전재산 탕진 프로젝트 중 사라가 직접 그려준 티셔츠를 입고서 페어를 활보했다. (사진=전다은)

올해 페어들에서 기대되는 부분들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베이에어리어부터 알려주세요.

지난해에는 심플애니멀즈만 보여줬는데 올해 베이에어리어는 제 전 재산 탕진 프로젝트를 보여주러 가는 거예요. “내가 진짜 세계의 열두 개 메이커 페어를 다 갔어!”라고 하게 제가 205일 동안 이렇게 돌아다녔다고 벽에 붙여놓으려고요.

그리고 2016년 처음 미국 메이커 페어를 가서 모자를 바꿔 쓰며 친해진 크리스티나가 있어요. 작년에도 만났고 올해도 다시 이 친구를 만날 계획이에요. 이번에는 메이커 페어가 끝나고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같이 가기로 했거든요. 그 친구 집에서 3~4일 머물면서 또 다른 이야깃거리를 쌓을 거예요.

도쿄 페어는 이번이 처음이라 알고 있어요. 도쿄에서는 어떤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나요?

일본은 작년 전 재산 탕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가고 싶었지만, 시기가 제가 한창 유럽에 있을 때였어요. 유럽에 있던 도중에 일본을 왔다 다시 유럽을 가면 거의 집 앞에 갔다 오는 수준이기도 하고 항공권이 비쌀 때기도 해서 작년에 가지 않았어요.

일본은 그냥 심플애니멀즈로 갈 것 같아요. 일본이 원래 워낙 아기자기한 걸 좋아하니까 제 걸 어떻게 생각할지가 제일 궁금하기는 해요. 그리고 일본은 오타쿠 문화가 있다 보니까 메이커 페어에 가면 디지털적인 걸 하는 그룹이 이만큼 하나 있다면 오타쿠들도 이만큼 모여 있대요. 그런 일본 메이커들의 전시들도 너무 기대돼요.

글/사진: 장지원

▼ 전다은 메이커의 ‘2017 전 재산 탕진 프로젝트 – 전세계 메이커페어 몽땅 구경하기(한,중,미,유럽)!’ 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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