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을 조립하듯 삶에 유익한 생명체를 만들어요”

고려대학교 합성생물학회(KUAS)는 2009년에 창립한 합성생물학 동아리다. 생물학도 까마득한데 합성생물학이라니. KUAS가 말해준 개념정리에 따르면 합성생물학을 이렇게 쉽게 정리할 수 있다.

‘생물학이 발견이라면 합성생물학은 발명.’

KUAS는 10년 가까이 생물학계의 메이커를 자처하며 합성생물학에 대한 진입장벽을 허물고, 더 나아가 합성생물학의 대중화를 목표로 삼아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다. 실제로 KUAS 동아리원 중에는 독어독문학 전공자도 있다고. 또, KUAS는 합성생물학 분야의 가장 큰 경진대회 겸 데이터베이스인 아이젬(iGEM)에서 수차례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적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고려대학교 합성생물학회 KUAS

고려대학교 합성생물학회 KUAS

KUAS의 여러 구성원 중 회장을 맡은 장지윤(생명과학부 16학번) 메이커와 실험팀장 류보선(환경생태공학부 14학번) 메이커 그리고 김의종(생명과학부 16학번) 메이커를 만나 이들이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내고 있는지 들었다.

생물학도 생소한데 합성생물학은 더 생소합니다. 어떤 학문인지 간략히 알려주세요.

: 합성생물학은 생물학에 공학적 요소를 도입해 만들어졌어요. 역사가 10년 내외밖에 안 될 정도로 젊은 학문이죠. 일반적인 생물학이 자연의 숨은 원리를 과학적 탐구로 밝혀내온 학문이라면, 합성생물학은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가져와서 유전자를 기계처럼 부품화하고 브릭을 쌓듯이 직접 설계하고 조립할 수 있도록 만드는 학문이에요.

합성생물학이 어떤 의미에서 메이킹과 부합하는지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 메이커 운동이라는 게 사람들이 창의력을 발휘해 스스로 만들고 그렇게 나온 작품을 플랫폼 내에서 함께 공유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쉽게 접근할 수도 있고요. 기존 생명과학은 지식 면에서나 비용 면에서나 굉장히 다가가기가 어려운 분야란 말이에요. 이에 반해 합성생물학은 꼭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오픈소스를 이용해 각자가 원하는 기능을 찾고 그걸 창의적으로 결합할 수 있어요. 이런 면을 두고서 합성생물학에 메이커다운 부분이 있다고 하는 거죠.

KUAS 내부 팀은 어떻게 조직돼 있나요? 팀별 역할은 무엇인지요?

: 아이젬 참가를 위해 기본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어요. 크게 Wet Lab, Dry Lab 그리고 Human Practice 등 3개 팀이 있는데요. Wet Lab이 직접 실험하는 랩이라면 컴퓨터로 먼저 모델링해서 전개해보는 게 Dry Lab이거든요.

: 쉽게 말해 손에 물 묻히고 안 묻히고의 차이죠. (웃음)

: Human Practice(이하 HP)는 타 동아리들의 대외협력부 정도로 생각하면 돼요. 언론을 만나는 것도 기업 후원을 받는 것도 HP의 일이죠. 합성생물학이라는 생소한 분야를 대중들에게 알리는 활동과 아이젬 네트워크 속 다른 나라 다른 팀들과 협업을 위한 연결도 HP에서 담당하고 있어요.

합성생물학과 KUAS가 해온 바들을 외부에 알리고자 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요?

: 합성생물학이 태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에 대한 태도나 규제가 국가마다 달라요. 사회적 합의 도출이 아직 덜된 거죠.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 해당 건을 제출해 허가를 맡고서 실험해야 하는데요. 합성생물학 실험이 협업을 통해 다른 나라 다른 팀과 진행하게 되는 경우가 대단히 많지만, 이 국가에서는 되는데 이 국가에서는 안 되는 바람에 막히는 수가 있어요. 이런 우려가 있다 보니 맨체스터 대학은 아예 전 세계별로 생명윤리 정책을 전부 모으는 아카이빙을 시도하더라고요.

: 합성생물학이 신생분야라 그런지 사람들이 잘 몰라요. 그래서 설명을 자세히 해주면 보통 안 좋은 생각들부터 하는 거예요. “유전자조작이네? 그거 변형해서 기형 생명체가 태어나면 어떡해?” 하는 식으로요. 그런 오해를 푸는 것도 어려운 일이에요. 사실 합성생물학 자체가 생물학 지식이 아직 없는 사람들도 이용하라고 만든 학문인걸요. 합성생물학이 갈수록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우리 사회에도 곧 큰 영향을 미치게 될 텐데 생명윤리 면에서나 안정성 면에서나 우리가 알려야 할 부분들이 여전히 많아요.

2009년부터 꾸준히 iGEM에 참가해왔습니다. 2017년에는 무얼 발표했나요?

: 프로바이오틱스를 대장암이나 간 질환 같은 질병을 일상생활에서 간단히 자가진단할 수 있게 만들려고 했어요. 우리는 특히 잠혈 반응(변에 소량의 피가 묻어 나오는 현상)에 집중했는데요. 잠혈 반응이 왜 일어났느냐가 위험요소를 가리는 데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배 쪽에 문제가 있다고 할 때 가장 먼저 하는 검사가 바로 잠혈 검사예요.

그렇지만 병원까지 가서 대변을 제출하고 거기에 미생물이 뭐가 있는지 피가 얼마나 있는지 검사하자니 거부감이 들잖아요. 그래서 병원에 가기 전에 자가진단 할 수 있는 키트를 락토바실러스 유산균을 이용해서 고안한 거죠. 이걸 먹으면 장으로 내려가 거기 있는 피 성분에 유산균에 붙거든요. 그러면 얘들이 빛을 발하고 그 빛을 보고서 우리가 대변을 봤을 때 잠혈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하자는 거였어요.

: 마치 임신테스트기처럼요. 임신 여부도 병원에서 정밀진단해야 정확하지만, 그전에 초기에 진단하는 일이 중요하잖아요. 그리고 우리가 이용한 유산균이 여러 방법으로 쉽게 먹을 수 있는 만큼 요구르트처럼 만들어 간편하게 먹게끔 한다든지 해서 최대한 접근성을 높여보고도 싶었어요.

2017년 KUAS가 고안한 프로바이오틱스의 설명도1

2017년 KUAS가 고안한 프로바이오틱스의 설명도1

2017년 KUAS가 고안한 프로바이오틱스의 설명도2

2017년 KUAS가 고안한 프로바이오틱스의 설명도2

2017년 KUAS가 고안한 프로바이오틱스의 설명도3

2017년 KUAS가 고안한 프로바이오틱스의 설명도3

현재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귀띔해줄 수 있을까요?

: 올해는 컴퓨터 쪽을 공부하는 후배들을 많이 뽑아서 모델링 쪽으로 프로젝트를 해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지난해에 모델링을 처음 해보다가 시행착오가 많았거든요.

: 예를 들면 디자인한 생명체가 빛을 얼마나 발현할 수 있을까 계산하는 세부적인 모델링도 있고요. 어떻게 디자인해야 우리가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사회적 비용도 적을지 도출하는 것 역시 모델링이에요. 실험에 들어가기 전에 가상 속에서 현실 조건과 비슷하게 맞춘 후 수학적·통계적으로 예측해보는 거죠. 그에 맞는 값을 실제 실험으로 증명까지 하면 완벽한 프로젝트가 되는 거예요.
우리가 그걸 어려움 없이 해내려면 프로그램을 돌릴 때의 기술적인 부분들을 더 공부해야 해요. 올해는 그 분야로 관심 있는 친구들을 여럿 불러 모아서 실험이 실질적으로 잘 작동할지 검증하는 방법에 대해 집중해보려 해요.

2017년 아이젬에 참가한 KUAS

2017년 아이젬에 참가한 KUAS

올해 KUAS가 지향하고 있는 목표가 무엇인지 한마디 부탁드려요.

: 일단 기본적으로 우리가 매년 나가는 아이젬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는 거겠죠. 매년 60여 개 나라에서 3,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할 정도로 전 세계 산업 및 학계에서도 관심이 커요. 거기서 좋은 평가를 얻으면 국내외에 우리의 결과물을 보여주면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받을 수 있겠죠. 합성생물학을 알리고 널리 이야깃거리를 끌어내는 일이 우리의 큰 목표 중 하나거든요. 우리가 더 잘 해야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앞으로 많은 격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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