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니까 IoT 양봉

꿀벌들이 살기 좋은 벌통을 위해 기술을 도입한 김용승 메이커

―‘IoT 양봉의 길’을 걷다

IoT를 이용해 양봉을 시작한 김용승 메이커

IoT를 이용해 양봉을 시작한 김용승 메이커

김용승 메이커는 올해부터 IoT 시스템을 벌통에 접목해 양봉을 시작했다. 메이커 페어 서울 2017 현장에서 자판기 로봇을 데리고 다니며 즐거움을 선사했던 그는 같은 해 전통적인 방법으로의 양봉을 먼저 짧게 경험했다. 그리고 2018년, 그는 지난해의 경험을 벗 삼아 자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층 진화된 벌집 메이킹을 향해 도전에 나선다.

그의 목소리로 접한 양봉은 세입자들이 이사 가지 않고 월세를 꼬박꼬박 잘 내도록 하나하나 챙겨주는 건물주의 느낌이었다. 아늑할 만큼 넓고도 외풍이 들지 않는 따뜻한 집을 제공해야 하며 과한 가정방문으로 세입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줘서는 안 된다. 이처럼 깐깐한 문제들을 어떤 IoT 기술로 해결하려 하는지 김용승 메이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어쩌다가 양봉을 시작하셨는지부터 궁금해요.

지난해 우리 사돈댁 형님이 “취미로 벌을 키워보자” 해서 같이 하게 됐어요. 형님이 있는 곳이 산 쪽이고 조그마하게 농사도 짓고 있는데 직접 우리가 꿀도 따서 먹어보자는 결심으로 시작한 거예요.

참고로 전업이냐 아니냐는 보통 벌통 수로 얘기하는데요. 50~100통을 갖고 있으면 여럿이서 크게 하는 거로 보지만 10통 이하는 취미로 하는 거거든요. 우리는 작년에 딱 1통만 사다가 해봤어요. 올해는 3통부터 시작하려고요.

양봉에 IoT 기술을 접목하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작년에는 처음 하다 보니 잘 안 됐어요. 한 번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 벌의 생태에 대해 알았고 어떻게 해야겠다는 노하우를 조금 더 터득했거든요. 이때 저는 IT 기술 같은 걸 갖고 있으니까 내 방식을 활용해서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해보자 마음먹은 거죠.

이렇게 만들고 쌓은 제품들과 데이터 또한 오픈소스에 공유하려고 해요. 저 같은 초심자들이 양봉을 시작할 때 제가 해온 바들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지난해 벌을 키우면서 가장 많이 신경이 쓰였던 점으로 무엇이 있었나요?

제 경험상 양봉에서 제일가는 핵심요소를 하나만 꼽자면 온도였어요. 왜냐면 벌통이 너무 더워지면 벌들이 새끼를 쳐서 밖으로 나가려는 습성이 있거든요. 이 현상을 분봉이라 하고 분봉을 일으키는 온도는 분봉열이라 불러요. 분봉을 해버리면 일할 벌도 반으로 줄고 꿀 생산량도 반으로 줄어버리니까 살기 좋은 환경을 유지해서 분봉을 막는 일이 중요해요.

한편 이것저것 점검한답시고 뚜껑을 너무 자주 열어봐도 얘들한테 스트레스더라고요. 뚜껑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온도가 급변하기 때문에 애벌레들이 자라는 데에도 문제가 생기고 꿀벌들이 온도를 올리려고 움직이다 보면 꿀 소비도 많아져서 우리 입장에서는 이 또한 생산량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됐어요.

그렇다면 이를 보완하기 위해 IoT 기술을 어떻게 이용할 계획인가요?

그래서 자주 열어보지 않고 원격으로 온도 값을 취합해 인터넷상에 올리는 기능을 먼저 구현해 가동해보려는 거예요. 이 부분을 먼저 실행하고 개선점이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기면 덧붙여나가야죠.

총 두 개의 센서가 온도를 측정해줄 거예요. 하나는 벌통 바깥에서 실내기온을 재고 하나는 벌통의 뚜껑 안쪽, 특히 여왕벌과 애벌레가 자라는 위치에서 온도를 재죠. 이렇게 얻은 데이터를 아두이노 기반의 보드를 거쳐 원거리로 송수신하는데요. 선이 길면 곤란해질 테니까 통신도 전력도 무선화했어요. 통신은 와이파이를 이용하고 전원은 태양광과 리튬배터리를 써서 구성했죠.

온도 측정 장치의 아랫부분. IoT 보드와 배터리 등이 보인다.

온도 측정 장치의 아랫부분. IoT 보드와 배터리 등이 보인다.

IoT 기술이 접목될 벌통의 내부

IoT 기술이 접목될 벌통의 내부

이 장치를 만들고 설치할 때에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처음에는 태양광판을 하나만 붙이고 여기다 1500㎃짜리 스마트폰 배터리 하나만 써도 충분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했더니 해가 진 뒤 고작 대여섯 시간밖에 못 버티는 바람에 하루에 받을 수 있는 데이터가 몇 없었어요. 그래서 아예 5판을 붙여버리고 배터리도 보강하니까 일주일을 내내 돌려도 데이터가 한 번도 안 끊기더라고요.

센서를 장착한 위치도 나름대로 고민한 결과물이에요. 아까 말했듯이 수시로 벌통을 건드리는 건 불가능하니까 위치 선정도 신중해야 했죠. 본체로의 연결은 최대한 피하고 뚜껑에다 붙이는 게 최선이었어요. 또 양봉 중에는 뚜껑 위에 다른 물체를 올려놓거나 하며 활용도 해야 해서 뚜껑 위 말고 뚜껑 주위로 둘러서만 달기로 했어요.

김용승 메이커가 IoT 벌통을 정비하고 있다

김용승 메이커가 IoT 벌통을 정비하고 있다

최근 도시 양봉의 목적으로 색다른 디자인의 ‘어반 비하이브(Urban Beehive)’가 눈에 띄던데 이에 대해서는 혹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도 어반 비하이브에 대해 찾아보기는 했는데 제가 보기에는 실용성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얘들도 생물이고 자기들이 좋은 환경 속에서 잘 살아가고자 하는 욕구가 있거든요. 하지만 제가 찾아본 벌통들은 디자인이 인간들이 보고 갖기에만 그럴듯하지 실제 생태환경과는 안 맞는 것 같아요.

어떤 점에서 그렇게 느끼셨는지요?

한 예로 창문에 붙이는 식으로 설치해서 창밖으로만 벌들이 날아다니고 안쪽으로는 벌집을 사람들이 볼 수 있게끔 고안된 벌통이 있었는데요. 벌통 앞에는 무겁게 꿀을 이고 오는 벌들이 내려와 앉도록 하는 착륙장도 있어야 하고 도중에 죽은 애벌레나 벌들을 끄집어내기도 해야 해요. 하지만 그런 요소가 전혀 없거든요. 투명해서 빛이 들어오니까 온도 문제에도 민감할 테고요.

부피 걱정을 줄이려고 조그맣게 나온 벌통도 있던데 이러면 세력이 너무 작아져서 문제가 돼요. 말벌들이 습격하기도 쉽고 만일 옆에 더 큰 세력의 벌들이 있다면 자기 꿀들을 도둑맞기도 쉽거든요. 좁은 집에 인구밀도가 높아지면 이사 가고 싶듯이 벌들이 너무 늘어나다 보면 분봉열도 생기기 쉬울 것 같아요. 지금의 벌통이 보기에는 굉장히 멋도 없이 크고 투박하지만, 벌들의 삶에는 알맞은 집이에요.

물론 도시에서도 더욱 편안하게 벌을 키울 수 있게끔 흥미를 끄는 일이 필요하기는 해요. 그렇지만 조금 더 연구해야 할 것 같네요.

메이커 페어 서울 2018에서도 IoT 벌통을 만날 수 있을까요?

만일 갖고 나가도 빈 벌통을 가져올 것 같아요. 얘들을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지켜줘야 할 게 있으니까요.

벌들은 아침에 꿀을 따러 나갈 때 자기 위치를 기억해뒀다가 저녁에 돌아와요. 그런데 낮 동안 위치를 바꿔버리면 나갔던 벌들이 못 찾아오잖아요. (웃음) 벌통이 여러 개 있으면 ‘이 집이 맞나?’ 하고 다른 벌통에 들어갔다가 싸움이 날 수도 있고요. 만일 밤에 옮긴다고 해도 벌통을 이동하는 동안 충격을 받으면 벌들이 자꾸 도망가려 하거든요. 이때 빛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거기로 가서 자꾸 공격하고요. 벌집이 있을 때의 벌통 이동은 웬만해서는 자제하는 게 좋아요.

수작업으로 벌을 수확하는 모습

수작업으로 벌을 수확하는 모습

채밀기 안에 들어간 벌집

채밀기 안에 들어간 벌집

끝으로 올해 IoT 양봉의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목표로 하는 꿀 수확량은 총 60㎏이에요. 지난해에는 세력이 좋은 20만 원어치 벌들을 사서 꿀을 10㎏ 땄거든요. 작년에는 우여곡절 속에서도 본전치기는 했는데 올해는 더 따야죠. 지난해에는 일일이 수작업으로 꿀을 빼내느라 고생했지만, 올해에는 채밀기를 사서 더 효율적으로 수확하려 해요. 수확하면 우리 식구들을 비롯해 아는 사람들과 나누려고요.

이외에 제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IoT 적용을 통해 분봉열이 나는 시점과 더불어 분봉을 억제할 방법을 찾는 거겠죠. 더 나아가서는 습도도 재고 싶고 온도 측정 결과에 따라 모터를 이용해서 환풍구를 여닫는다든가 무게 센서를 달아서 수확 시기를 예측하고 싶거든요. 우선은 온도만 먼저 재가면서 노하우를 얻은 다음에 하나씩 더 발전시켜나가려고요. 시도해봐야 경험이 되고 또 다른 해결책도 찾을 테니까요.

 

이 기사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운영하는 메이크올 뉴스레터 2월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메이크올 뉴스레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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