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은쌤의 미국 메이커 페어 투어 이야기

'2017 전재산 탕진 프로젝트'로 유럽과 미국의 메이커 페어를 순회하고 있는 메이커 다은쌤의 이야기를 메이크 코리아에서 함께 전해드립니다. 다은쌤의 이야기는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메이크올 에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메이커 페어 어스틴 2017

메이커 다은쌤이 '전 재산 탕진 프로젝트'의 두 번째로 참가한 메이커페어는 메이커 페어 어스틴(Maker Faire Austin)이다. 미국 텍사스 주에 위치한 어스틴은 휴스턴에 비하면 작은 도시이다. 하지만 올해 8회를 맞이한 메이커 페어 어스틴은 다들 어디 숨어 있다가 나왔는지 140여팀의 다양한 프로젝트가 전시 되었다. 어스틴 도시 중심에 위치한 팔머 이벤트 센터(Palmer event center)에서 2017년 5월 13-14일 이틀간 열린 메이커 페어를 들어다 본다.

왼쪽) 신난 메이커 다은쌤 / 오른쪽) 실내 전시, 다크 룸, 야외 전시로 구성된 어스틴 메이커 페어의 지도.

왼쪽) 신난 메이커 다은쌤 / 오른쪽) 실내 전시, 다크 룸, 야외 전시로 구성된 어스틴 메이커 페어의 지도.

대단하지 않은 대단함

어스틴 메이커 페어에서 나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두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첫번째는 스테이시 휠러(Stacy Wheeler)가 만든 풍선 드레스 였다. 메이커 페어 기간 이틀 중 첫날의 반나절은 기계로 풍선만 계속 불었다. 오후가 되면서 풍선을 엮어 드레스 모양의 형상을 잡기 시작했다. 페어 기간동안 틈틈이 찾아가서 드레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었다. 둘째 날이 되니 드레스가 다 완성되었고, 모델이 풍선 드레스를 입고 메이커와 함께 메이커 페어장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과 사진을 찍었다. 페어가 끝나고 풍선 드레스는 내눈 앞에서 펑펑펑 터지면서 사라졌다. (ㅜ.ㅜ)

왼쪽) 페어 첫째날 풍선드레스를 만들고 있는 스테이시(Stacy) / 오른쪽) 모델이 완성된 풍선 드레스를 입고 메이커페어장을 돌아다니 중

왼쪽) 페어 첫째날 풍선드레스를 만들고 있는 스테이시(Stacy) / 오른쪽) 모델이 완성된 풍선 드레스를 입고 메이커페어장을 돌아다니 중

마음에 든 또다른 작품은 호세 아코스타(Jose Acosta)가 만든 종이 기계(Paper Machine)다. 종이로 만든 작품들이 책상 위에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었는데 관람객들이 직접 만져 보고 써볼 수 있게 해주었다. 신문지, 박스 종이들로 만들고 색칠 한 작품으로 완성도가 높기보다는 작품 안에 숨겨진 아이디어들이 재미있었다. 특히 벌, 파리, 잠수사, 식충식물 등 다양한 모양의 헬멧은 모든 관람객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왜 이런걸 만드냐고 물으니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기 위해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본인이 재미있어서 더 만들고 있다고 한다.

 왼쪽) 종이로 만들어진 다양한 헬멧들과 호세(Jose) / 오른쪽) 호세가 만든 작품 중에 가장 큰 로봇 팔로 생각보다 무겁다.

왼쪽) 종이로 만들어진 다양한 헬멧들과 호세(Jose) / 오른쪽) 호세가 만든 작품 중에 가장 큰 로봇 팔로 생각보다 무겁다.

사실 종이와 풍선은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평범한 재료이다. 이런 재료를 사용하여 행사 기간 동안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풍선 드레스와, 아빠의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본인이 더 즐거움을 느낀다는 메이커를 만나니 대단하지 않았지만 대단해 보였다.

로봇과 함께하는 음악 공연

다크룸에는 멋진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시간마다 LED 옷 패션쇼, 악단의 음악 연주 등 다양한 공연이 이루어 졌다. 그 중에 내가 넋을 놓고 한동한 관람한 공연은 포니 트랩(Pony Trap)이었다. 로봇으로 만들어진 드러머와 비올라와 첼로를 연주하는 두 사람이 어울려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 냈다. 바닥에는 커다란 로봇 드럼 두개가 저음의 박자를 만들고, 무대 중앙에 서 있는 사람 모양의 드럼 기계의 배에는 6개의 작은 드럼들이 소리를 내고 있었다. 드럼에 맞춘 비올라와 첼로의 선율은 ‘이게 무슨 음악인가’를 생각하게 하며 오묘한 감상에 젖게 만들었다. 또한 음악 뿐만 아니라 양쪽에 스크린에 비춰지는 영상까지 모두 잘 짜여진 멋있는 예술 퍼포먼스였다.

왼쪽) 드러머 로봇 / 오른쪽) 공연중인 드러머 로봇과 비올라 & 첼로 연주가

왼쪽) 드러머 로봇 / 오른쪽) 공연중인 드러머 로봇과 비올라 & 첼로 연주가

순서도, 경계도, 규칙도 없다.

어스틴은 놀거리, 볼거리가 많은 큰 도시는 아니다. 그래서 일까 1년에 한번 열리는 메이커 페어는 동네 잔치처럼 여기저기서 놀러 온 가족단위 관람객이 많았다. 그런 가족을 위해 어스틴 메이커페어에는 어디서 들어와서 어디서 시작해서 정해진 무엇을 만들어서 어딘가로 나가는 순서도, 경계도, 규칙도 없었다. 내가 앉으면 시작이었고 내가 만들면 프로젝트였다.

첫날 준비된 카드보드 월드(Cardboard world)에는 한편에 종이로 만들어진 방과 재활용 종이들이 잔뜩 쌓여있었다. 관람객은 누구나 무료로 가서 종이로 무엇인가 만들어 가져가기도 하고 방을 꾸미기도 하였다. 책상이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바닥에서 만드는 것을 선호 했다.

 왼쪽) 첫날 카드보드 월드(Cardboard world) 모습. 뒤편에 잔뜩 준비된 재활용 상자 종이들 / 오른쪽) 둘째 날 주변 바닥에 무작정 앉아서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

왼쪽) 첫날 카드보드 월드(Cardboard world) 모습. 뒤편에 잔뜩 준비된 재활용 상자 종이들 / 오른쪽) 둘째 날 주변 바닥에 무작정 앉아서 무엇인가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

스위치 앤 스티치(Switch and stitch) 구역의 테이블 위에는 기증받은 옷과 천 조각이 한가득 쌓여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가방, 주머니, 액세서리 등 아무거나 만들라는 종이 표지 한 장이 올려져 있을 뿐 설명서 따위는 없었다. 사람들은 책상에 앉아서 저마다 다른 무엇인가 만들었다. 한편에 준비된 재봉틀은 필요한 사람이 직접 사용하기도 하고 메이커 페어 봉사자가 사람들에게 알려주기도 하였다.

왼쪽) 스위치 앤 스티치(Switch and stitch) 모습 / 오른쪽) 책상 위에 올려진 뭐든 만들라는 표지와 다양한 천과 옷들

왼쪽) 스위치 앤 스티치(Switch and stitch) 모습 / 오른쪽) 책상 위에 올려진 뭐든 만들라는 표지와 다양한 천과 옷들

짧은 시간에 완성품을 만들기는 힘들다. 어린 친구들을 쉽게 실증을 내고 자리를 떠나기도 하고 엄마들의 수다방이 열리기도 한다. 원하는 천 조각을 찾아 카드보드 월드(Cardboard world)로 가져가는 친구들도 있었다. 정해진 순서도 경계도 없었던 어스틴 메이커페어에서 새로운 창작은 너무나 당연 스러운 일이었다.

메이커 페어 어스틴 2017 영상으로 만나기

메이커 페어 베이 에어리어 2017

메이커 다은쌤이 '전재산 탕진 프로젝트'의 세번째로 참가한 메이커 페어는 메이커 페어 베이 에어리어(Maker Faire Bay Area)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밑에 자리잡은 산 마테오 컨트리 이벤트 센터(San Mateo County Event Center)에서 열린 메이커 페어는 올해 12회를 맞이한 가장 오래된 메이커페어로 2017년 5월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진행되었다. 행사의 규모, 메이커, 관람객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으로 크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세계 최고의 메이커페어이다. 1500명 이상의 다양한 메이커들이 참가하여 신기하고 흥미로운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중간중간 무대에서 펼쳐지는 쇼와 부스와 중앙 스테이지에서 열리는 강연들까지 3일내내 아무리 열심히 돌아다녀도 다 챙겨볼 수가 없다.

페어장의 크기만 해도 우리나라 킨텍스와 주차장을 다 합친 만큼 넓어 작년에 이어 2번째 방문했지만 첫날에 어디가 어딘지 몰라 길을 헤매고 다녔다.

왼쪽) 메이커페어 행사장 지도. 10개의 구역으로 다양한 전시가 이루어진다. / 가운데) 구글 지도에서 본 메이커페어 행사장 / 오른쪽) 같은 축적으로 비교한 메이커페어 행사장의 크기가 일산 킨텐스 제1전시장 전체보다 크다.

왼쪽) 메이커페어 행사장 지도. 10개의 구역으로 다양한 전시가 이루어진다. / 가운데) 구글 지도에서 본 메이커페어 행사장 / 오른쪽) 같은 축적으로 비교한 메이커페어 행사장의 크기가 일산 킨텐스 제1전시장 전체보다 크다.

남다른 크기의 작품들!

작년에는 관람객으로 메이커 페어를 구경했지만 올해는 메이커로써 내 작품을 들고 참가하였다. 정해진 부스 없이 카트처럼 이동형으로 만든 작품을 끌고 3일 내내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덕분에 나의 작품도 보여주고 야외의 커다란 다른 사람의 작품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하늘 높이 솟은 테슬라 코일 부터 화염에 불타오르는 나방까지 넓은 페어의 야외 공간을 차지하는 커다란 작품들이 눈을 사로 잡는다.

왼쪽) 페어장 중앙에 설치된 높이 10m의 거대한 테슬라 코일 / 오른쪽) 레 아틀라타(Le Attrata). 금속으로 만들어진 나방으로 중간중간 불꽃도 나온다.

왼쪽) 페어장 중앙에 설치된 높이 10m의 거대한 테슬라 코일 / 오른쪽) 레 아틀라타(Le Attrata). 금속으로 만들어진 나방으로 중간중간 불꽃도 나온다.

또한 넓은 페어장에는 다양한 모양의 탈 것들이 지나다닌다. 지붕에 주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슬레이트를 이용해서 만든 닭부터 불뿜는 달팽이, 커다란 기린 로봇 등 동물의 모양을 본 따서 만든 탈 것부터 정체 불명의 특이한 모양의 탈것 까지 각양각색의 탈 것들이 페어장 거리를 활보하고 다녔다.

왼쪽) 닭의 엉덩이에서 비누방울이 뽕뽕 나온다. / 오른쪽) 달팽이의 더듬이 에서는 불이 나온다.

왼쪽) 닭의 엉덩이에서 비누방울이 뽕뽕 나온다. / 오른쪽) 달팽이의 더듬이 에서는 불이 나온다.

메이킹은 취미활동!

워낙 많은 사람들이 페어에 방문하다 보니 제품을 홍보를 위해서 나온 프로젝트 팀들도 쉽게 눈에 띈다. 특히 스타트업 부스는 따로 공간을 마련해서 운영되고 있었고 한국에서 참가한 업체들도 몇몇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관심있는 것은 인터넷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여기서 밖에 만날 수 없는 메이커들이었다. 2번 존 부스에서 만난 제이슨(Jason)이 그랬다.

부스 한가운데 딸랑 커다란 시계가 놓여져 있었다. 가서 자세히 보니 내가 좋아하는 3D프린터로 만들었다는 걸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FDM 방식의 3D프린터로 이정도 만들려면 시간이 꽤 많이 걸렸을 것 같단 생각에 말을 걸었다. 제이슨은 프린터가 바뀌면 공차가 바뀌니 하나의 프린터로 6개월동안 400시간 쯤 출력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디자인은 가구디자인에 사용되는 파일을 이용하고 퇴근하고 나서 집에서 그냥 취미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더 나누니 그는 미시간에서 비행기를 타고 작품을 들고 왔다고 한다. 뭐가 제일 힘드냐고 물으니 페어 끝나고 월요일에 출근하는게 걱정이라고 답했다. 미국에도 있는 월요병이 있구나! 취미로 메이커 생활을 즐기는 제이슨의 사람 냄새와 정말 자신이 즐거워서 이런 활동을 즐기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왼쪽) 3D프린터 1대로 6개월동안 만든 대형 시계 / 오른쪽) 시계를 만든 메이커 제이슨(Jason)

왼쪽) 3D프린터 1대로 6개월동안 만든 대형 시계 / 오른쪽) 시계를 만든 메이커 제이슨(Jason)

역사가 되고 있는 메이커

작년에 이어 두번째로 메이커 페어를 방문하니 그들이 나를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내 눈에 익은 사람들이 꾀 많이 보였다. 특히나 여러 해 동안 메이커 페어를 참가한 메이커에게는 왜 만드는지 궁금해 직접 찾아가 말을 붙여보러 했다.

메이커 페어장 야외의 한 길목에는 '포즈 미(Pose Me)'라는 목거리를 달고 있는 나무와 볼트 너트를 연결해서 만든 다양한 캐릭터들이 줄지어 늘어져 있다. '포서블즈(Posables)'라는 작품으로 메이커 페어를 꾸준히 참가하고 있는 밥(Bob)에게 “'왜 이런걸 만들기 시작했어요?'라고 질문을 던졌을 때였다. 어린 남자아이가 아저씨에게 다가와 카드 하나를 주고 후다닥 사라졌다. 카드에는 '9년째 메이커 페어를 참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손 글씨가 적혀있었다. 밥은 너무 감동적이라면서 난 이거 누가 보냈는지 안다며, 메이커 페어가 열리면 항상 나의 전시를 먼저 보러 오는 가족이 있다고 말했다. 친한 친구가 디자이너인데 이런걸 만들기 좋아해서 함께 시작했다고 한다.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을 찍으면서도 밥은 손에서 카드를 놓지 못했다.

누군가가 자신의 작품을 사랑하고 있다는 점, 내가 작품을 가지고 매년 나가야 행사가 있다는 점은 오랫동안 계속해서 메이킹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왼쪽) 포서블즈(Posables)을 만든 밥(Bob)과 손에 들린 연두색 카드 / 오른쪽) 메이커 페어장 길목에 줄지어 있는 포서블즈 작품들

왼쪽) 포서블즈(Posables)을 만든 밥(Bob)과 손에 들린 연두색 카드 / 오른쪽) 메이커 페어장 길목에 줄지어 있는 포서블즈 작품들

샌프란시스코 메이커페어장에는 명물 기린 로봇 러셀(Russel)이 있다. 메이커 페어가 생긴 첫해부터12년째 꾸준히 참가하고 있는 작품으로 매년 나올 때 마다 프랭크(Frank)는 기린을 업그레이드 시켜서 나온다. 올해는 작년에 없었던 지붕이 생겼다. 기린 러셀은 발에는 바퀴가 달려 이동도 할 수 있고, 빵빵한 스피커로 음악도 틀고 암실에서는 번쩍번쩍 빛도 난다. 특히 기린의 머리를 쓰다듬으면 털처럼 나와있는 휨 센서가 구부려지면서 간지럽다고 말한다. 우연히 길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기린에 이어서 얼룩말 로봇을 준비하고 있는데 나의 심플 애니멀즈(Simple Animals) 얼룩말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마침 그때 가방에 여분으로 얼룩말이 있어 하나 건네줬다. 

왼쪽) 메이커 페어장을 활보하는 기린 로봇 러셀(Russell) / 오른쪽) 나의 왼쪽에 소프트 엔지니어와 오른쪽에 프랭크(Frank)

왼쪽) 메이커 페어장을 활보하는 기린 로봇 러셀(Russell) / 오른쪽) 나의 왼쪽에 소프트 엔지니어와 오른쪽에 프랭크(Frank)

샌프란시스코의 메이커 페어는 규모 크고 다양한 작품이 있기도 했지만 장기간 메이커 페어를 꾸준히 참여하는 메이커들에 의해 또다른 이야기와 역사를 만들고 있었다. 한해 한해 변화하는 기린의 모습을 보는 재미와 다음 작품을 기대해보는 재미까지 더하게 되었고 그 와중에 그럼 나는 뭐를 더 만들어 볼까 고민하게 했다.

이 글을 통해서 메이커 페어장의 모든 곳을 소개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미처 소개하지 못한 많은 작품들을 영상으로 만나보길 바란다.

- 글·사진·영상: 메이커 다은쌤
- 메이커 다은쌤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

메이커 페어 베이 에어리어 2017 영상으로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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